“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배우다보면 언젠가는 훌륭한 조교사가 되는 날이 꼭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서울경마공원 새내기 서흥수(44)조교사는 조교사 데뷔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다. 하지만 경마장 경력이 24년차로 고참에 속하나 나이를 떠나 선배를 마주칠라치면 깍듯한 인사로 예의를 차리고 경마팬들의 목소리에 기울이는 등 짬밥 행세를 하지 않는다.
털털하게 생긴 외모만큼이나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말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 주변의 호감을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1984년 20세의 나이로 마필관리사로 입사한 그는 조교승인 제도가 생긴 1987년 서울경마공원 제1호 조교승인 자격을 취득했고 1990년 입사 6년 만에 조교보가 되었다.
마필 관리 능력에 관한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아 조교사가 되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조교사의 자리에 서고 보니 막막하다고 털어놓는다.
“경주마 조교는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마필수급과 마사 내 살림까지 도맡아 챙기는 일이 만만치 않다”며 “조교사는 실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올해 몇 승을 목표로 잡느냐는 질문에 “지금 한 해 몇 승을 올리겠다는 포부는 뜬 구름 잡는 식으로 신빙성이 없다”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수씩 배우다보면 언제가 훌륭한 조교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초보조교사로 가장 시급에 과제는 마필수급이라고 했다.
그가 관리하는 24조 마방에 입사된 경주마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7두 뿐으로 정상가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적이 수입으로 이어지는 냉혹한 프로세계에서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그나마 현재 보유 중인 마필 중 제법 쓸 만한 재목인 ‘우승찬가’와 ‘트리플감동’이 있다는 것은 위안이다.
조교보를 포함 마방 식구가 6명으로 단출한 점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적당한 숫자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는 마방에 가기 전 유선을 통해 방문사실을 꼭 알린다.
“관리사들 입장에선 조교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불시 방문은 관리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요”
관리사 시절 경험을 살린 셈이다.
경마팬과의 교류를 위해 불법경마정보의 거래에 쓰일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 인터넷 상에 24조 마방블로그(blog.naver.com/sinseo54)를 오픈한 것도 대화채널을 중요시한 그만의 방식이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매사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정직과 신뢰가 좌우명이란 그가 이끄는 소수정예 부대가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신화창조를 이룰지 경마팬들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