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은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고 그 높은 정신을 기리는 제69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난 지 10년 만에 조선의 자주적 외교권이 일제에 의하여 강제로 수탈당한 을사조약이 체결된 날이다. 당시 시종무관장(현재의 청와대 경호실장) 민영환은 대궐 앞에 소청을 차려 놓고 상소를 올렸으나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천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을 남기고 자결하였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신료들의 상소와 죽음이 이어졌다. 도한 황성신문은 ‘시일야 방성대곡(是日也 放聲大哭)’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아, 저 개 돼지만도 못한 정부대신이란 자들은 자신의 영달과 이득을 위해 일제의 위협에 겁에 질려 머뭇거리고 벌벌 떨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도적이 되어 사천년 이어 온 강토와 오백년 사직을 남에게 바치고 이천만 백성을 노예로 만들었다(이하 생략)”는 글이 실려 나가자 전국 각지에서는 일제를 규탄하는 의병운동이 폭발하게 되었다. 따라서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일제의 총검에 의하여 무참히 희생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 희생되신 순국선열들의 뜨거운 애국충정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하여 1939년 11월 21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회의에서 11월 17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여 시행해 오던 것을 1997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정부기념일로 복원하여 매년 추모행사를 거행하여 오고 있다.
돌이켜 보면 1905년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어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기는 비운을 맞게 되자 우리 선열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 조국광복에 나섰다.
방법은 각기 달랐으나 염원은 오직 하나, 조국의 독립을 이루겠다는 일념 하에 수많은 선열들이 소중한 생명을 희생하며 조국의 자주권을 지키려 분투하였다.
이 뜻 깊은 날을 맞아 먼저 일신의 안위를 뒤로한 채 목숨을 초개와 같이 구국의 성전에 바치신 순국선열들의 거룩한 영전 앞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1895년 을미 의병전쟁으로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항일투쟁에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 분들의 수는 3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
선열들은 일제의 잔혹한 탄압에 맞서 국내외의 이름 모를 산하에서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으며 불굴의 독립투쟁을 전개하였다.
실로 반세기에 이르는 이 같은 수많은 선열들의 불굴의 자주독립 의지가 있었기에 우리 겨레는 마침내 조국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제69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선열들의 위업에 고개 숙여 깊은 경의를 표하며, 거룩한 유지를 자손만대에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순국선열은 독립정신의 정화(精華)이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바쳐 우리 민족이 처한 고난을 극복하고자 하신 분들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조국독립이란 대의(大義)에 헌신한 살신성인 정신이야말로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는 많은 시련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21세기의 국경 없는 냉엄한 글로벌 경제 전쟁 시대에 우리의 자라나는 후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하나로 모아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에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08년 만추의 계절에 우리 다 함께 저 차가운 명계에서도 꺼지지 않는 조국독립의 의지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원하고 계신 순국선열들에게 후손들의 애국 애족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그분들이 흐뭇해하시면서 웃으실 수 있도록 오늘을 사는 우리가 되도록 노력하자.
뜻 깊은 제69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의 명복을 빌면서 선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오늘의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