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를 제공해도 은행권에서는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만기 연장을 요구해도 ‘예금유지조건’ 등 까다로운 요건을 걸어 거절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원 내 A업체 사장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를 하루에 2번 이상 찾아가도 무리한 담보와 보증서를 요구하며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은행들이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외면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등 정부기관이 중소기업의 유동성 해결을 위해 은행창구와 은행장을 찾아가 요청해도 좀처럼 은행의 기업에 대한 대출문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은행마다 연말 리스크 및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조차도 은행들이 여러 구실을 이유로 대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중소기업의 유동성 문제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이천시 소재 K업체는 중진공으로부터 시설자금 2억원의 자금배정서를 받아 주거래은행인 B은행에 자금요청을 했지만 1억원만 신용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1억원에 대해 무리한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중기청은 은행 관계자와 협의한 끝에 대출을 해주겠다는 응답을 받기는 했지만 일주일 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또 신용등급이 A, B에 속하는 성남시 소재 부품 제조사인 C업체는 운용자금 1억원을 빌리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가 본점으로부터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 이모(54)씨는 “정부 및 산하기관이 중기 대출을 독려하고 있음에도 최근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확보를 위해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도 당장 제 코가 석자라는 이유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강화된 건전성 기준으로 은행마다 비상이 걸렸다”면서 “또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 은행이 함부로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지시대로 무리하게 대출을 늘렸다가 외국인 주주들이 손을 놓으면 이는 누가 책임질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