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컨트롤 타워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지난 7일 청와대는 IT 관련 업무 주도권을 놓고 4개 부처가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IT 컨트롤 타워는 필요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을 놓고 일부에서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모든 기관 위에 군림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지적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전대미문의 국제 금융위기에 대응할 우리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ㆍ청와대가 딴 목소리로 정책혼선을 가중한다고 하며 한 몸같은 경제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이러한 지적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경제부총리제 부활 주장에 대해서 이 명박 대통령은 최근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취임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종합대책을 논의하던 중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관료주의적 태도나 사후 약방론식 대응이 아닌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상황발생 이후에는 책임지는 범정부적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트롤 타워는 원래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항공교통관제탑(Air traffic control tower)을 말한다.
이 컨트롤 타워는 일반적으로 주변의 상황을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높은 위치에서 좋은 뷰(view)를 가지고 통신시설을 갖춘 채 24시간 365일 가동되고 있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현안으로 되어있는 국가의 중대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할 것으로 때로는 선지자의 강한 추진력이 요구되기도 하며 때로는 관련자들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일사분란함’과 ‘다양한 의견 수렴’이 그것일 게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될 것은 국민 개개인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국가의 기본정책들에 대한 방향설정이 관계기관들의 힘겨루기나 권한과 영역 늘리기 위한 방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면서도 실상 잘 지켜지지 않는 이 ‘밥그릇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국가의 업무 시스템을 망가뜨리며 구성원들의 사기를 훼손하기도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또한 힘과 권한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이 좋은지 분산되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사전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며 여기에 활발한 담론과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권한을 쥐고 상대방을 지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야만적인 권력의 모습이 아닌 각자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고 책임을 지며 다른 기관과 협의와 타협과 양보를 통해 효율적이고 성숙된 조화의 모습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부처간의 조정이라면 청와대도 국무총리도 장관회의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적절하게 활용하면 되고 필요하다면 관련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을 세우고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좀더 공개적으로 독립성 있고 집행력을 갖춘 민관 혼성 위원회 등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다. 흔히 말하는 비상시기일 것이다. 경제가 이렇게 어렵게 될 줄은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처에 위험이 움크리고 있어 우리 생활의 안전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해내는 투시력과 신속한 선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조직으론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컨트롤 타워가 더욱 절실하게 생각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컨트롤 타워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데 우리의 믿음과 소신이 부족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문제해결을 해야할 사람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만나 서로의 지혜를 모아 우리 눈앞에 멋진 컨트롤 타워를 보여줄 수는 없을까? 이 대목에서 어느 실세 장관의 목메인 일갈은 과연 어떻게 들릴까?
"컨트롤타워가 여기 있는데 자꾸 어디 있느냐고 찾으면 어떻게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