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바이어들이 품질과 가격을 감안했을 경우 한국산 직물이 이태리산 못지 않은 시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뛰어난 시장성에도 한국 업체들이 소량 오더 등 고급시장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KOTRA는 미국 직물바이어 164명을 대상으로 ‘여성 드레스용 한국산 저지직물과 이태리 저지직물의 품질비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8일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느 직물 품질이 우수한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55.7%(88명)가 이태리산을 지목했으며 28.5%가 한국산을 꼽았다.
하지만 이태리 직물이 더 낫다고 판단한 88명에게 ‘이태리 직물이 한국 직물보다 6배 비싸고 품질과 가격 이외의 조건을 배제한다면 어느 직물을 구매할 것인가’라고 질문한 결과 43.2%(38명)이 ‘한국 직물을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이태리산 저지 직물의 야드당 FOB 수출가격이 25∼30달러인데 반해 한국산 저지 직물은 6분의 1 가격인 3∼5달러에 불과하다.
KOTRA는 이같이 두 나라 직물 품질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은 무려 6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직물에 있어서 두 나라간의 브랜드 인지도 차이와 소량주문에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 직물업체들의 판매형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바이어들은 고급 직물의 경우 100야드, 심지어 50야드 주문도 받아야 하는데 한국 업체들은 1000야드 미만은 주문을 잘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용훈 KOTRA 뉴욕 KBC 부센터장은 “맨해튼 바이어들이 한국 직물에서 훨씬 많은 마진을 챙기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량 오더에 따른 재고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려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홍순용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경제위기가 진행되면서 유럽산 직물을 한국산으로 대체하려는 미국 바이어들이 대폭 늘었다”면서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당장 높일 수는 없지만 설사 가격을 좀 올리더라도 바이어의 소량주문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