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문제 말입니까. 한마디로 답이 없다고 보면 될 겁니다. 예전엔 농업보호 정책이 있었지만 지금은 태풍처럼 밀려드는 농산물 수입에 알아서 싸우라고 하는데 무슨 대책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예리한 눈매에 다부져 보이는 몸매하며 일견 무척 강인한 사람이란 인상을 풍기는 그는 농업에 대해 응어리가 많은 듯 인터뷰를 마치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비장하게 임했다.
오랜 세월 손에 흙을 묻히고 살아왔건만 “남은 것은 빚뿐”이라고 탄식하듯 내뱉는 말은 자조에 가까웠다. 혈기왕성한 청년시절, 소작농인 아버지를 잠시 돕는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시작한 농업이 평생 천직이 되었고 이것저것 농작물에 손대다 20여전엔 화훼재배로 영농이란 두 글자를 붙들고 산다.
“선도농업을 한다고 자부하는 나조차 빚을 갚지 못하고 이렇게 살다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 그는 제4대 5년간 회장직을 수행하다 올해 1월 회원들의 적극적 권유로 6대 회장을 다시 맡았다.
현재의 농촌위기는 누구나 공감하듯 농업을 중요시 않는데다 물밀듯이 쏟아지는 외국 농산물의 수입이란 점엔 이견을 달지 않았다.
“농업을 등한시하는 풍토는 그렇다 쳐도 외국 농산물 앞엔 당할 재간이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가격경쟁이 돼야 뭘 해보든지 할 거 아닙니까. 유기농 식품이다 뭐다 해 차별화하는 것도 일부 농가와 기업 몫이지 전체 농가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신념은 UR라운드와 한미 FTA 협상 당시 여의도와 정부과천청사 앞 등지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격렬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이은 한중 FTA 체결이다.
현 정부의 추이를 봐선 필연이고 그렇게 될 경우 국내 농업은 끝장이고 그게 그리 멀어 보이지도 않아 한미 FTA를 적극 반대하는 이유도 한중 FTA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는 작전이란 속내도 털어보였다.
“큰 대세는 거슬릴 수 없지만 농업 하는 사람으로선 태산 같은 위기가 한발 한발 다가옴을 몸으로 느낍니다.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은 답이 아닙니다” 박 회장이 갖고 있는 농촌 살리기 대책은 농민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는 길을 찾는 것이다. 한편 과천시가 추진하는 화훼종합센터도 그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관내 5~6백명인 화훼농가 중 과연 몇 퍼센트가 들어가며 나머지 농가는 한층 경쟁력을 잃어 도태하고 말 것이란 게 그의 지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