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필요 있나요. 도로마다 차량들로 꽉 막혀 짜증만 나고. 가족과 함께 소풍 나온 기분으로 한때를 즐길 수 있고 또 아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되고 아무튼 좋네요”
식목일이자 한식인 5일 과천 중앙공원엔 1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양서화문화교류협회가 주최한 제9회 사생대회에 참가해 북적댔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유치원생과 초·중학생들은 화창한 봄날 나들이에 마냥 신났고 어른들은 재잘대는 아이들 속에서 모처럼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스케치북과 돗자리를 준비하는 등 채비를 한 가족들은 그림그리기가 시작되자 공원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생명이 움트는 숨결을 느끼며 아름답고 맑은 생각으로 도화지를 하나하나 메워갔다.
어떤 아이들은 연필로 나무와 새, 산과 해를 그리다 마음에 들지 않는지 지우고 또 지우기를 반복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밑그림이 완성되면 크레용으로 예쁘게 색칠하는 진지한 모습은 화가의 자세를 꼭 빼닮았다.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옆 그림을 은근슬쩍 훔쳐보는 아이, 그림그리기는 관심이 없다는 듯 친구와 얘기에 열중하는 아이, 점심으로 사온 김밥을 미리 먹는 아이 등 대회장은 참으로 자유로웠다.
겉에 앉은 엄마는 참견꾼이다.
아마추어이긴 피차일반인데 이래라 저래라 참으로 주문이 많으나 아이는 싫은 기색이 아니다.
참여한 목적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자녀들의 정서함양과 창작의식을 높여주기 위해서란다.
자녀 4명을 몽땅 데리고 나온 김윤선(47·중앙동)주부는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도 되고 그림을 완성해가는 기쁨을 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먹을 벼루에 정성껏 갈아 수묵화를 그리는 아이들도 간간이 눈에 띄어 주목을 끌었다.
먹의 번지고 스미는 효과를 이용 농담을 조절하고 한국화 특유의 여백을 살리는 등 예사로운 솜씨가 아닌 김유진(과천중 1년)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시켜서 했는데 한국 꺼라 배우는 것도 빠르고 멋있어 즐겨 그린다”고 했다.
모처럼 아빠 노릇으로 그간의 미안함을 털어버린 사람도 있었다.
아들과 단 둘이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여한 최필규(47· 별양동)씨는 “직장업무로 아이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는데 오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나들이를 해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동양서화문화교류협회 박득순 이사장은 “해마다 참석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사생대회가 한국화단의 미래를 짊어질 동량을 키우는 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