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이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을 관상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말도 생김새를 보고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판별했는데, 이를 상마(相馬)라고 했다.
지금처럼 말의 혈통서가 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 생김새만으로 말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기술이었다.
역사적으로 상마를 잘 했던 인물로는 중국 춘추시대에 살았던 백락(伯樂)이다.
그의 본명은 손양(孫陽)이나 말에 대한 지식이 워낙 탁월하여 천마(天馬)를 주관하는 신선 백락이 본명을 대신하게 됐다.
백락은 춘추시대 군주인 진목공(秦穆公)을 위해 말을 골라주었는데, 그가 고른 말은 반드시 천리마였다고 한다. 진목공은 백락이 골라준 천리마들을 타고 중원지역에서 진나라의 세력을 크게 확장했다.
백락은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로도 유명한데, 뛰어난 인재는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뜻으로 현대에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우리 역사상 상마에 능했던 인물은 고구려의 건국시조인 주몽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부여의 왕이 주몽에게 말을 기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주몽은 말을 키울 때 미리 준마를 알아보고 좋은 말은 잘 먹이지 않아 여위게 하고 좋지 않은 말은 잔뜩 먹여 살찌게 했다.
왕은 살찐 말이 좋은 말로 알고 가져가고, 진짜 준마는 주몽의 차지가 됐다. 말 젖을 먹고 자란 주몽이 좋은 말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몽이 세운 고구려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말을 활발하게 이용하여 넓은 영토를 가지게 된다.
지금도 좋은 말을 고를 때 혈통 다음으로 중요시되는 것이 말의 외모다. 한국마사회 말혈통등록 홈페이지에는 좋은 말의 외모를 열거하고 있다.
몇 가지 살펴보면, 체형은 균형과 대칭성이 있어야 하고,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하며, 가슴은 두껍고 등은 짧고 엉덩이는 둥그스름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상 외모콤플렉스를 극복한 위인들이 허다하듯이, 볼품없는 외모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명마도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말이 미국 대공황기에 활약했던 경주마 시비스킷이다. 시비스킷은 구부정한 다리에 왜소한 몸집을 가졌지만 당대 최고의 경주마로 이름을 날렸다.
시비스킷은 결코 잘 생긴 말은 아니었지만 다른 말에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만은 최고였다고 한다.
결국 말이건 사람이건 외모는 작은 조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