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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말에서 찾은 ‘고뇌의 탈출구’

서울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이원문
월간 문학광장 시 부문 신인상 당선 시인 등단
‘백마의 눈물’ 발간 … 수익금 전액 기부 예정

 

“정말 기뻐 펄쩍펄쩍 뛰고 싶은 심정입니다. 앞으로 독자들이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낮에는 서울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말(馬)을, 밤에는 언어를 가꾸는 이원문(49)씨가 월간 문학광장 6월호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돼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다.

틈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시어를 꿰맞춰 완성한 시들을 고이 간직한 지 12년 만으로 그간 일간지 신춘문예부분에 쓴 고배를 여러 차례 마신 뒤라 기쁨은 두 배로 컸다.

그 나름 주옥같은 글들로 한올한올 엮었다고 생각하는 시는 책나무출판사에 의해 ‘백마의 눈물’이란 글제로 탄생돼 그의 품에 안기는 감격도 동시에 맛봤다.

책자에 담긴 시들은 /동녘에 먼동 터 별빛자취 감추고/새벽녘 말 울음소리 애닮이 들리네/주암리 닭 울었다/내 사랑하는 말들아 어서들 가자/저 과천 벌 경주로로/로 시작하는 ‘애마의 질주’외 70여 편이 담겨있다.

정부가 추천한 마필관리사란 직업을 13년째 걸어왔으나 말(馬)에 관한 시는 단 4편 밖에 없다. 대부분 인생의 고뇌와 회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시어들의 행진인 경우가 많다.

/마음이 가난하여 슬픈 것인가. 천금의 부가 없어 슬픈 것인가/(중략) 돌아보면 저 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모든 것이 잊혀지고 잃어버리고 아스라한 기억들만 남았을 뿐 모두가 슬픔만 남긴 채 떠나버렸네…/(슬픔의 저 언덕)

/팔자위에 놓여 살아가는 모든 이의 비명소리는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바꿀 수 없는 숙명은 원망과 탓으로 얼룩져간다…/(팔자의 비명)

학창시절 교지에 글이 실릴 만큼 글짓기 솜씨는 타고났으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탓에 문학의 꿈을 접었던 가슴앓이와 낮은 학력이 승진에 걸림돌로 작용, 첫 직장생활을 접었던 아픔을 배경에 두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의 시를 연대별로 쫓다보면 최근엔 인생을 관조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포착하게 된다.

바늘하나 들어갈 틈도 없을 것 같았던 팽팽한 삶의 긴장감이 안정된 직업을 갖자 평정을 찾은 걸까.

고된 훈련을 잘 견뎌냈지만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경주마의 일생을 아등아등 발버둥치며 살아도 종국엔 쓸쓸히 퇴장하는 우리네 삶에 비유한 ‘바람 삶 구름 마음’은 그래서 평단으로부터 높게 평가받았다.

/바람 같은 우리의 삶/높아도 넘어가고/돌아서 가고/낮아도 막히면 피해서 가고/틈새로 빠져나가고/어떻게 하든 가야할 삶/바람 같지 않을까요./

“어릴 적 찢어지게 가난해 굶기를 밥 먹듯 했다”는 그는 “시집을 팔아 생긴 이익금 전액을 결식아동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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