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부터 MBTI가 유행하면서 대화상대의 MBTI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MBTI,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 1962)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 유형 검사로, 4가지 척도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한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E(외향)-I(내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로 이루어진 4가지 선호지표로 조합된 MBTI의 성격유형은 16가지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인간의 대인관계, 정보처리, 의사결정,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중,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 유형의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한다면 어떤 대화양상이 나타날지 생각해보자. 연구에 의하면 사고형과 감정형은 개인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설명한다. 사고형은 논리와 객관적인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며, 분석적 사고로, 의사결정을 한다. 반면, 감정형은 공감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상황적인 특성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두 유형의 대화에는 접근방식의 차이가 있다. 가령, 아는 지인에게 풀기 어려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고형은 “어떤 문제였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처럼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집중한다. 반면, 감정형은“힘들었겠네,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해돼”라고 표현하며, 지인의 감정을 먼저 살핀다. 이렇게 문제를 대하는 접근방식이 다른 두 유형의 사람이 대화하면 당연히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대화의 어려움이 있다면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통해 대화로 빚어지는 갈등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사고형은 감정형과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려하겠지만, 문제의 해답을 내놓는 것 이상으로 감정형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형은 자신의 감정이 무시당했다고 여기고, 서운할 수 있다.
첫째, 상대방의 이야기를 눈 맞추면서 끝까지 진지하게 듣는다. 경청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큰 힘이다. 둘째,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감정을 살피기에 앞서 문제의 해결책만 제시하려 든다면 감정형은 사고형에 대해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아, 속상했겠네,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말에서 감정형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셋째, 자신의 해결책을 제안의 형식으로 말한다. 감정형은 사고형의 말하는 방식이 직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형은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사고형과 대화할 때 다음과 같이 해보면 좋겠다. 첫째,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 배경과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좋다. 말이 길어질수록 감정은 해소될 수 있지만, 사고형은 말의 내용에 핵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사고형의 말하는 바를 감정적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문제에 대해 느끼는 바를 설명하고, 사고형의 의견을 경청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두 유형은 서로가 몰랐던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하게 되고, 인간관계와 문제해결에 있어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채우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