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글|레드박스|308쪽|1만원.
긴장감과 흡입력, 탐정소설식 구성과 오싹한 반전까지 완벽한 추리소설 ‘기담 수집가’.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학교를 떠도는 기담에 혹했던 때가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 소풍날에는 매번 비가 온더던가, 밤이면 학교를 떠도는 여학생 귀신이 있다던가, 화장실에 가면 귀신이 빨간 손을 내밀며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한다는 공포 기담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아이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매의 신비한 이야기나,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나쁜 이들을 혼내주는 도깨비 설화는 아기자기한 기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기담은 21세기 기계화된 첨단 문명사회에서도 도시전설과 같이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담을 즐기는 걸까? 정답은 역시 문학이란 장르가 갖고 있는 성격과 동일하게 사람들의 욕망, 억압받은 감정을 대변해주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타 다다시의 장편 연작소설인 ‘기담 수집가’에는 과연 어떤 기담이 담겨 있을까? 사실 이 소설은 잔혹한 복수극이나 엽기적 공포가 주요 특성인 일본 기담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인류 보편적인 ‘유머와 해학’,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시선’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도깨비 설화에 더 가까운 기담이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의뢰인이 탐정에게 사건을 상담한 이후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소설의 기본 구도를 취하고 있어, 흡입력과 호기심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일곱 개의 이야기는 각각 나름대로 메타포를 머금고 있는데, 예컨데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는 본래의 자아와 사회적 페르소나의 대립에 관한 심리학적 주제를 건드린다.
자아를 억제하고 사회가 바라는 도덕적 이상형인 페르소나에 억눌린 인간이 스스로 그림자, 즉 ‘섀도’를 만들어내 자신을 죽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상적 삶에서 탈출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 환생과 롤리타콤플렉스, 유산을 둘러싼 살인사건 등 꼭지별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일곱 개의 이야기가 전부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반전을 일으킨다.
운율처럼 반복되는 이야기에 익숙해진 독자에게 마지막 반전에서 느낄 수 있는 오싹한 감동은 이 작품의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