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과열과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한 것과 관련, 부동산 업계는 물론 건설단체, 은행권 등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건설관련 업체 및 단체들은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너무 때이른 정책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은행권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쏠림현상 심화를, 부동산 업계는 규제와 완화 등 온탕과 냉탕을 반복하는 정부의 정책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12일 부동산 관련 업체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7일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LTV을 현행 60%이내에서 50% 이내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서 만기 10년 이하 또는 만기 10년 초과 담보가액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담보할 경우, LTV는 50%만 적용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LTV 강화효과를 지켜본 후 1~2개월 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추가대출 규제를 검토할 방침이다.
◆건설관련 업계, LTV강화 너무 이르다
협회 등 관련단체에서는 LTV비율 강화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안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발표에 대해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지난달까지 LTV 지역확대 및 담보비율 강화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할 계획이었던 건협규제개혁위원회(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에서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협규제개혁위원회는 금융당국 발표와 관련, “청라나 일부 강남 지역의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과열 현상에 대해 정부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LTV 규제 및 지역 확대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반발했다.
또 LTV강화가 주택수요 및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침체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주택촉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거래 증가 및 가격 상승은 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나타나는 효과”라며 “이를 빌미로 또 다시 부동산 규제 방침을 보인 것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에 혼선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LTV강화를 시작으로 규제쪽으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늘어난 시중 유동성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라며 “때문에 이주비나 중도금, 잔금대출 등의 집단대출이나 미분양, 신규분양 주택담보대출 등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 건설업계
“규제 지역 확대 섣부른 판단… 시장 혼선만 가중”
● 은행권
“투기 과열 진정 역부족… 2금융권 쏠림현상 우려”
● 부동산업계
“미분양 해소문제 심화 시장 위축 양극화 낳을 것”
◆은행권, 2금융권 쏠림현상 우려
은행권들은 금융당국의 발표에 대해 실효성 의문과 함께 LTV가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은행 대출관련 직원들은 대처할 시간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시행 방침에 난처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S은행 관계자는 “전산등록이 완료된 고객들은 종전 LTV를 적용받지만 구두로 계약단계까지 거친 고객들은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몇 일정도 유예기간이 필요한데, 갑자기 시행하는 바람에 당분간 혼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K은행 관계자도 “금융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현황도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LTV 규제는 근본적인 투기 과열현상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며 “LTV가 높은 제 2금융기관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T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정부 규제가 심해질 경우 신용도가 비교적 우수한 고객들도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과거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을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고 말했다.
반면 LTV 규제의 효과에 대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N은행 관계자는 “보통 절반 이내에서 대출을 받기 때문에 LTV가 60%에서 50%로 낮아졌다고 해서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보통 실수요자들이 이용하는 주택을 사려는 고객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역효과 발생 우려
부동산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경기침체 속에 조금씩 살아나던 부동산 경기 회복의 불씨마저 꺼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을 놔둔 채 수도권 등 기타지역으로 부동산담보대출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의 이상 급등을 막자는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원 장안구 K공인중개사무소 윤 대표는 “규제 대상인 수도권 지역은 물론 지방의 경우 아직 부동산 불경기의 문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인 강남3구는 그대로 놔둔 채 애꿎은 수도권 지역을 목표로 삼은 정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영통구 D부동산 신명수 중개사도 “정부가 최근까지 부동산시장을 살려야 한다며 LTV와 DTI를 완화한다고 하더니 이제와서 규제를 강화하는 행동은 무슨 경우냐”며 “특히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줘도 미분양이 해소될 지 의문인 상황에서 이같은 정책은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정부방침이 분양여건 악화로 건설사 공급계획에 크게 차질을 빚지 않을 까 걱정의 눈빛도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분양여건 악화로 건설사 공급계획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대출 규제 추진 방안이 향후 공급부족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특히 당초 의도와 달리 시장 양극화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내놓은 정책은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