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진호 감독은 멜로 영화의 거장이라는 말을 듣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에 이르기까지 사랑이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그리고 조금씩 다르게 변주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죽음을 앞둔 30대 남성의 담담한 사랑을 그렸고 ‘봄날은 간다’를 통해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20대의 숨 넘어가는 사랑을 묘사했다. 또 ‘외출’은 유부남과 유부녀의 헛헛한 사랑을 담았고 ‘행복’에서는 인생의 코너에 내몰린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삼았다.
‘에로스’를 주제로 감독 5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9일 개봉)의 2번째 에피소드인 ‘나 여기 있어요’에서도 관능에 집중하기보다는 죽음을 앞둔 아내에 대한 남편의 애틋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멜로 영화의 거장이라는 말이 회자된다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멜로를 하는 것 같습니다.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사실 멜로가 재미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멜로는 어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도 있고요.”
허 감독이 연출한 ‘나 여기 있어요’에는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부부의 안타까움이 화면을 적신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주는 남편의 손길, 추억이 밴 물건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카메라의 궤적은 서글픈 정서를 자아낸다.
남편은 아내가 죽고 나서 그녀가 쓰던 향수 등을 통해 냄새로 추억을 더듬는다.
“샴푸인지 비누인지 냄새를 통해 옛 애인을 추억한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 냄새라는 게 사진이나 글처럼 딱 구체화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냄새를 통해 기억하는 건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영화를 구상하면서 에로스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옷을 벗는 것만이 에로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가 선택한 부분은 기억과 후각이에요. 그런데 지나친 노출은 이야기 자체에 어울리지 않을 수가 있다고 생각했죠. 에로스라는 게 마음의 에로스도 있잖아요. 부부의 애틋함이 살아 있다면 그건 또 하나의 에로스가 아닐까요? 애틋함의 정서가 흐른다면 적당한 정도의 노출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작품 목록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허진호 감독은 멜로 영화뿐 아니라 앞으로는 코미디나 액션장르를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멜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시작은 그렇지 않은데 타성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멜로적으로 흐르는지 잘 모르겠어요. 취향은 멜로가 아닌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