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인턴이 되면서 이제껏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올바르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 장시간 반복 작업을 행하는 근로자, 소음 초과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이제 그들은 낯선 세상속의 사람들이 아닌 나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 사람들이 되었다.
여름철 맨홀 작업 시 근로자의 안전에 위협을 주는 요인은 무엇인가? 근로자에게 유해물질이 노출될 수 있는 공정은 어디인가? 이렇게 작업장의 유해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곳. 이곳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며 내가 땀 흘리며 일하는 곳이다. 현재 나는 이곳에서 밀폐 공간 질식재해에 노출될 수 있는 근로자들을 위해 예방장비를 대여하고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조성하는 일 등을 돕고 있다.
공단에 들어와 처음으로 참여했던 사업은 근로자 건강증진 사업의 일환인 정밀체력측정이다. 이는 단기간 동안 많은 근로자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로 돌아오는 길이면 체력적으로 지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피곤함도 간혹 도착하는 한통의 메일이면 사라진다.
“정밀체력측정을 하고 나서 저희 회사에 운동바람이 불었어요. 점심시간마다 근로자분들로 체력 단련실이 꽉 차요” 작지만 조금씩 변화되는 근로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피로회복제와 같은 청량감으로 나를 기쁘게 한다.
약 4개월가량 기술지원, 화학물질유통량 실태조사 등의 업무에 동참하면서 양면테이프 생산업체의 외국인근로자, 식품 제조업체의 청년 근로자, 의료기기 생산업체의 연구원 등 많은 근로자분들을 만났다.
이들과의 만남은 근로자는 나와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들이 아닌 내 가족, 친구, 이웃들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그렇기에 사업장에 방문하면 이곳저곳 유심히 살피게 된다. 작은 위험요인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그 어떤 곳을 가더라도 나와 안전보건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도로변 공사현장을 지나갈 때에도, 미끄러운 바닥 또는 방치된 물건으로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작업장을 볼 때에도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길이 간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공단의 미션이 익숙해진 오늘, 산업 재해와 산업안전보건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