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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개발로 발주기 국산화 성공”

서울경마공원 고진형 발주수석위원

“워낙 정밀한 기계라 자체 개발은 꿈도 못 꾸던 것을 끊임없는 연구로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했습니다.”

서울경마공원 고진형(44) 발주수석위원.

그는 기수나 조교사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아니지만 경마 경주에선 중요한 부분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장내 아나운서의 마권발매 종료멘트와 함께 시작되는 그의 임무는 출주마들을 스타트라인인 발주기에 들여보내고 출발신호와 함께 문을 여는 일이다.

어찌 보면 간단한 작업 같으나 발주기 진입을 거부하는 악벽마와 싸워야하고 경주마가 동시 출발준비를 갖췄는지 점검해야하는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직업이다.

공대졸업 후인 1990년 한국마사회 공채로 제주경마공원 행정요원으로 일하던 그에게 직장상사가 후임자가 올 때까지 기술직에 속하는 발주를 임시로 맡아달라는 요청을 부리치지 못해 시작한 것이 평생 천직이 되어버렸다.

“발주업무는 힘들어 모두 기피하는 부서예요. 내가 백말 띠로 말과 가까운 곳에 지내라는 팔자거니 마음 다잡았죠.”

그러던 중 1996년 5월19일 5번마 게이트가 오작동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당시 5번마는 인기마로 경마팬에게 상금과 환불을 동시에 치르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그 자신 징계까지 받았다.

고가로 수입한 발주기에 대한 오기와 원한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나 홀로 국산화 도전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동료를 포함, 주위의 시선은 수입해 쓰면 될 것을 사서 고생한다는 정도였다.

마음만 앞서다 구체화를 시작한 2002년초부터 정확히 2년 2개월 뒤 첫 국산화제품인 KJ03이 탄생했다.

그러나 앞문을 열어주는 핵심부품인 전기제어장치 마그네트는 수입제품을 그대로 사용한 반쪽 국산화로 4년을 더 기다려서야 완벽한 국산화에 성공하는 기쁨을 그는 맛보았다.

“부품구입을 위해 안양, 서울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느라 발품을 엄청 팔았죠.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나는 마음고생도 심했고요. 하지만 정작 만들고 보니 한편으론 기뻤지만 한편으론 고장으로 비난받을까 걱정도 되더군요.”

한국마사회는 10억 원의 수입제품에 비해 제작가격이 3분의 1인 수준인 국산발주기를 KRA09로 명명, 올 1월 기본계획을 수립,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했다.

국산발주기 특허출원으로 해외수출을 도모하는 그는 지금 또 다른 도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현재 출주마를 한꺼번에 집어넣을 수 있는 최대 칸수가 12칸에 불과, 14두 경기를 할 경우 8칸 두 개를 이어 붙여야하는 불편을 14칸 제작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 고 수석발주위원의 포부다.

“쉬운 일은 아니나 지켜보세요. 반드시 이루고 말겁니다. 머지않아 14칸 국산발주기가 세계 표준모델로 우뚝 서 전 세계 경마시행국이 사용할 날이 머잖아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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