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쌀 재고량의 급증으로 쌀값 폭락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정부가 내놓은 10만t 매입 정책이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재 농협이 보유한 쌀 재고량이 지난해 7월(19만여t)에 비해 2배가 넘는 41만여t으로, 미곡창고와 농협 저장고에는 더이상의 쌀을 저장해 놓을 여유조차 없어 당장 다가올 추수철 매입 계획의 차질 등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민단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2009년산 공공비축제 시행계획안’을 의결하고 우선 10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자금으로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농민과 지역농협이 가지고 있는 쌀을 10만t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사들일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마련으로 급한 불은 껐다며 농민들을 안심시켰지만 농민들은 정부의 이같은 대책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0만t의 매입 결정이 나면서 남은 31만여t의 재고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데다 재고물량이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되지 않는 한 현재 정부에서 매입한 쌀이 언제든 시장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농민연합 관계자는 “이는 농협중앙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방침으로 10만t 매입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재고 쌀을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 시킬 수 있는 정부차원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은 재고 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북 쌀 지원방안을 제시, 이를 법제화 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02~2007년 사이 연평균 42만t에 달했던 대북 쌀 지원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중단된 상태”라며 “대북 쌀지원은 북한의 식량부족을 해결하고 남한의 쌀 재고를 해소하는 상생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대북 쌀 지원의 법제화는 무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팀장은 “재고 쌀이 매년 증가하면서 쌀 값이 떨어지면 농민들이 생산량을 줄일 수 밖에 없어 ‘쌀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대북 쌀지원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휴경직불제 확대를 통한 생산량 조절과 공공급식에 우리쌀 사용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정부차원의 장기적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민연합 소속 13개 단체는 소비자, 학계, 전문가, 농업관련기관을 총 망라해 (가칭)쌀 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 오는 25일 1차 모임을 갖고 다음달 1일경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