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는 비무장지대이지만, 남북 간 첨예한 대립선을 이루고 있는 화약고이기도 하다.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상태이기 때문에 DMZ 인근에는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전쟁무기들과 지뢰밭이 가득 늘어서 있다. 그래서 이곳은 전쟁과 평화의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국 사회는 남북 간, 북미 간 대립 속에서 하루 하루 전쟁의 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특히나 최근에는 북한 핵무기 개발로 그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그렇게 한반도는 DMZ를 사이에 두고 ‘총성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쟁의 먹구름은 DMZ와 민통선 인근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곧 ‘지뢰와의 전쟁’이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96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1건의 지뢰폭발사고가 DMZ 일원(경기·인천)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고, 미조사된 사건을 포함할 경우 민간인 피해현황은 2천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4월 연천군 민통선 안으로 영농을 하러 들어간 김모(55)씨가 M16 대인지뢰 폭발사고로 숨진 일이 있었다. 또 1월에는 관광차 강화군을 찾은 강모(56)씨가 M14 대인지뢰 사고로 발목을 절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은 “2006년까지 일정량의 지뢰가 제거됐지만, 아직까지 DMZ 부근에는 남한 내 가장 많은 지뢰가 매설돼 있다”며 “대략 70만발의 지뢰 매설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지뢰의 위험성은 DMZ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내재돼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세계사적으로 냉전이 종결되고 평화와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가운데 한반도는 여전히 DMZ를 사이에 두고 남북 간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DMZ의 평화적 활용방도와 더불어 남북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는 후보들이 ‘DMZ 평화지대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평화지대화’란 남북간 평화적 협력을 통해 DMZ 일원에 배치된 중무장무기들을 후방으로 철수시키는 방안이다.
더불어 경기도와 강원도는 현재 DMZ 일원의 평화생태공원 조성 등으로 DMZ에 대한 생명·평화·통일의 가치를 조명하며 평화적 공간으로의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DMZ평화포럼’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DMZ의 평화적 이용 논의가 공허한 담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래식 무기 감축 등 본질적 문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 장관은 “남북간 협력이 이뤄지면 닫힌 DMZ에서 열린 공간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로 남겨졌던 DMZ는 이제 평화와 통일의 교두보로 재평가되고 있다. 역사 속의 전쟁유물이 아닌 미래 한반도 평화통일의 상징으로 DMZ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정부와 자치단체, 시민단체 등 전 국민의 관심과 의지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