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백화점이다 마트로 가지 어디 명절이라고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겄슈.”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26일 인천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남구 신기시장에는 썰렁한 기운만 감돌았다. 상인들은 명절 특수가 사라진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며 울상을 지었다.
10년 넘게 신기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는 덕산청과 김옥순(60. 여)씨는 “보통 명절 3일 전부터 대목이 시작되는데 손님이 없다”며 “명절이 코앞인데도 평일보다 좀더 팔리는 수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이 다가왔지만 신기시장 상인들은 손님들의 닫친 지갑 때문에 시름만 늘고 있었다. 신기시장에서 침구류 점포를 운영하는 김명신(54.여)씨는 “돈이 돌지 않는다. 체감 경기는 아직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며 “장을 보러 나오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물건을 사는 손님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건어물가게 김성덕(70)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마트나 백화점을 찾지만 여기는 단돈 몇푼이라도 아끼려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며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요즘처럼 어려운 때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시장 상인들은 추석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체감경기는 썰렁하다면서 걱정을 쏟아냈다.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품목을 줄이고 값이 비싸건 싸건 필요한 양 만큼만 소량 구매하거나 대형 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었다.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도 비슷한 사정이다. 장을 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의 모습은 이따금 눈에 띄었지만, 제수용품이나 추석선물을 구입하려는 손길은 많지 않아 보였다.
정육점을 하는 이만득(45)씨는 “정부 발표나 언론보도는 거짓말처럼 들린다”며 “경기가 나아졌다고들 하는데 전혀 체감할 수가 없다. 예년 같으면 한창 붐볐을 시기인데도 장사가 영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성장률과 물가, 환율 등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인천지역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차갑기만 했다.
소득이 줄고 임금 체불이 늘어난 데다 중소기업의 은행대출이 까다로와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는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영세상인이 몰려있는 재래시장은 경기호전을 느끼지 못했다.
실제로 추석을 앞두고 저소득층 수입은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전국 가운데 소득하위 20%층의 소득은 지난 2분기에 월평균 90만1879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2만7221원)보다 2.7% 감소했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재래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