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미 ‘꿀꺽’ 보조금 ‘쓱싹’ 1000억원 公돈=空돈 둔갑
1천여억원에 달하는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해 빼돌린 정신나간 공무원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최근 지난해 3월부터 국가 예산과 보조금을 빼돌린 공무원 등 150명을 구속기소하고 5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일자리 창출 지원금이나 지역특화사업 보조금 등 국가 보조금과 출연금을 가로챈 152건을 적발해 636명을 처벌했으며 이 중 133명은 구속기소했다.
사회복지예산이나 군 양곡을 빼돌리는 등 국가 예산에 손을 댄 사건으로는 16명이 발각돼 10명이 구속기소됐으며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금을 몰래 빼낸 44명도 형사처벌됐다.
◇검찰, 나랏돈 훔친 비리온상 수사 착수= 대검찰청은 지난해 3월 일선청에 국가 보조금 비리 단속 지시를 내린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지방자치단체 복지예산 비리를 단속하라고 주문해 전국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 수사 결과 대학교와 군인, 승려, 시민활동가, 농·어민에 이르기 까지 눈먼 돈의 유혹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혈세 훔친 도둑’이었다.
이들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독버섯 처럼 기생했다.
검찰이 1년 반에 이르는 수사를 통해 밝혀낸 국고 횡령이나 보조금 부당 수령 사건의 총 피해액은 무려 1천억원에 이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 일부 공무원들이 국가 예산 횡령에 직접 관여하는 등 예산과 보조금 관리 및 감독 체계의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이들 범죄가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되고 있는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부패 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되는 건 무조건 빼돌린 혈세 도둑= 검찰에 적발된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지급되는 보조금과 군인들의 식량에 까지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월 장애인들에게 지급될 보조금 액수를 부풀려 신청한 뒤 26억5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서울 양천구청 공무원 안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안씨는 사회 약자들에게 돌아갈 혈세를 빼돌려 아파트와 벤츠 승용차까지 구입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남지청은 지난 3월 서류를 꾸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에게 지급되는 11억800만원을 가족 등 차명계좌로 빼돌린 해남읍사무소 공무원 안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갈 보조금을 횡령한 이들이 있는가하면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을 먹일 쌀까지 빼돌린 어처구니 없는 이들도 있었다.
육군 모 부다 K원사와 양곡 도매업자 안모씨는 서로 짜고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용인의 창고에 보관돼 있던 군량미 3천550가마를 빼내 되팔았다.
5t 트럭으로 30대 분량, 시가로는 2억7천만원 어치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안씨 등 다른 민간인 일당은 검거돼 구속기소됐지만 K원사는 교통사고로 숨지는 바람에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직업 귀천 없는 도둑들= 나랏돈을 빼돌려 호화스러운 생활을 한 이들의 직업은 귀천이 없었다.
검찰에 적발된 696명의 직업을 살펴보면 공무원에서 군인, 농민, 승려, 대학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중소기업 대표 등으로 다양하다.
군산지청은 지난 7월 사용하지 않는 농기계를 지인 이름으로 등록한 후 농산물 생산 실적 보고서를 위조해 면세유 8억6천만원 어치를 받아 챙긴 농민 1명을 구속하고 1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신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종교인마저 눈먼 돈의 유혹 앞에서는 범부에 불과했다.
불교의 한 종단 총무원장은 가짜 서류로 국고 보조금 60억을 타낸 혐의로 작년 초 불구속 기소됐고, 화엄사 전 주지는 이미 끝난 공사를 새로 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24억원 타낸 혐의로 올해 2월 구속기소됐다.
부산지검은 5월 납품업자들과 짜고 사지 않은 실험 기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정부 출연 연구자금 8억7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부산 모 국립대 김모 교수 등 2명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산림보호 주제로 한 어린이 연극을 하겠다며 산림조합에서 1억8천만원의 지원금을 타내 조직 인건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