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점차 회복돼 가고 있다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다가오는 추석대목을 기다리는 유통업계와 재래시장의 경기는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추석전날인 2일까지는 상인들이 흔히 얘기하는 ‘추석 대목’이다. 전통시장 상인들 대부분 ‘대목 같지않은 대목’이라며 울상인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추석을 맞아 선물세트 등 매출이 부쩍 늘어나며 활기를 띠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원 못골시장에서 나물을 판매하는 김영자(68) 씨는 “예년에 비해 손님이 너무 없어 걱정”이라며 “원가가 많이 올라 많이 팔아도 이윤이 안 남는 마당에 손님마저 없어 평소보다도 물건을 조금씩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들 역시 예년같으면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과 구경하러 나온 손님들로 인해 시장 골목이 북적여 활기찼는데 경기회복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장을 보러 온 손님들도 예년같지 않은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했다.
화서동에 사는 주부 김모(47) 씨는 “당연히 사람들이 많을 줄 알고 운동화에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한산하다”며 “경제가 아직 풀리지 않아 그런지 시장 특유의 흥겨운 음악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분위기가 너무 썰렁하다”고 아쉬워했다.
전국상인연합회 최극렬 회장은 “수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장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온누리상품권 홍보를 비롯해 각종 언론에서 전통시장의 저렴한 가격을 홍보하고 있어 며칠 남지 않은 추석 대목을 조금 기대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보다는 편리함을 추구해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통시장도 보행로 정비와 쇼핑카트 길 마련 등 마트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싸늘한 시장에 반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손님이 많지 않은 낮시간대임에도 손님의 숫자가 평소 주말과 비슷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전체 평균 매출이 7.6% 늘면서, 올 들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건강식품 코너와 선물세트 코너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주문을 위해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홍삼 선물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나왔다는 장안동의 주부 김씨(53)는 “조금 여유롭게 쇼핑하기 위해 한산한 시간대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다”며 “선물세트만 사가려고 했는데 오후시간대나 추석을 앞두고는 손님이 더 많아질 것 같아 장을 미리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수원유통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에 비해서는 손님 수나 매출이 줄은 편이지만 지난 설에 비해서는 많이 회복된 수준”이라며 “‘대목’이라고 까지는 못해도 계속해서 주말의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