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에게서 발생하는 희귀유전 혈관 질환인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 확장증(HHT)’을 생쥐에게서 발병시키는 데 성공했다.
생쥐에서 HHT증세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새로운 발병 원인을 제시하게 됨에 따라 HHT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부교수이며 ‘World Class University’ 참여교수로 가천의과학대학교 부설 ‘이길여 암 당뇨 연구원’에 재직 중인 오석 교수팀은 HHT를 유발하는 ALK1이라는 유전자를 조건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생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오 교수팀은 HHT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혈관이상은 ALK1유전자의 돌연변이뿐만 아니라 피부의 상처와 같이 신 혈관 형성이나 염증 등을 유발하는 제 2의 자극적 조건이 수반되어야 하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왜HHT환자에서 혈관이상이 국소적으로 나타나는지, 환자마다 증상 차이가 심한지를 설명해주며, 나아가서는 ALK1 유전자의 신호체계뿐 아니라 제 2의 자극을 완화시켜주는 방향으로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HHT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혈관이상은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을 통하지 않고 바로 연결되는 동 정맥기형 (AVM)으로 인한 과다출혈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뇌출혈 및 뇌경색, 뇌 농양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 발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혈관기형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 알지 못했다. 이번 오석 교수팀은 ALK1돌연변이 생쥐의 피부에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해서 ALK1 유전자의 제거와 제 2 자극이 주어진 후 혈관기형이 생기는 초기단계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서 세계최초로 어떻게 정상혈관이 동 정맥기형으로 변형되는지를 초기단계에서부터 관찰할 수 있었다.
HHT환자는 대체적으로 코피를 자주 흘리며 입술과 잇몸 등에 작은 빨간 반점을 보이고 뇌나 폐, 간 등에 동 정맥기형이 발견된다. 전 세계 유병 율로 볼 때 국내에 약 1만 명 정도의 HHT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 연구 성과는 최근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인터넷 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