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작곡자, 무용가, 문인, 지식인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친일인명사전’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8일 효창공원 백범 묘소 앞에서 일제시대 식민지배에 협력한 4천389명의 해방 전후 행적을 담은 총 3권, 3천 페이지에 달하는 ‘친일인명사전’을 공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편인 이 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면 전 국무총리, 무용가 최승희,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수원 출신 음악가 홍난파, ‘시일야방성대곡’의 장지연, 소설가 김동인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연구소는 당초 지난해 8월 사전을 출간할 계획이었으나 수록 대상 인사들의 유족이 제기한 이의신청 처리, 발행금지가처분 소송 대응, 막바지 교열작업 등 실무적인 문제로 발행이 늦어졌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와 장지연 선생의 후손들은 사전 발간을 앞두고 법원에 잇따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 6일 모두 기각됐다. 연구소는 지난 5일 박 전 대통령의 ‘만주국 군관 호소 혈서’ 관련 기사가 실린 ‘만주신문’ 1939년 3월 31일자 기사의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구소 측은 매국행위에 가담하거나 독립운동을 탄압한 반민족 행위자, 군수나 검사, 소위 등 일정 직위 이상 부일 협력자 등을 수록했으며 특히, 대중적 영향력이 큰 교육이나 언론, 종교계 종사자와 지식인 등은 더 엄중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근현대사 금기의 영역이 최초로 공개, 국민들의 역사인식에 경종을 울릴 뿐 아니라 역사학계 등 각 분야의 지성사에 충격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론통합운동본부,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20여개 보수단체들은 ‘용공좌익세역들의 국가정통성 훼손’, ‘연구진들이 친북성향’ 등을 비판, ‘친일인명사전 발간 반대 및 민족문제연구소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연구소 측이 보고회 장소를 숙명아트센터에서 백범묘지 앞으로 옮기는 바람에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