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 (토)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한국판 ‘한여름밤의 꿈’ 세익스피어를 살짝 비틀다

원작 재해석… ‘가족연극’ 연출
시민회관 대극장 13·14일 공연
전통과 현대 동·서양 조화 무대

 


셰익스피어 작품은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활동하는 연출가들에겐 달콤한 사탕 같은 존재다.

연출가에 따라 맛과 멋을 가미하면 또 다른 색깔이 입혀져 감동과 묘미를 안겨준다.

연극이나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 널리 알려진 ‘한 여름 밤의 꿈’도 그 중 하나다.

요정의 실수로 인한 사랑의 장난을 그린 셰익스피어 원작을 극단 여행자 양정웅은 한국적인 정서로 되새김해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2002년 첫 선을 보인 후 국내외 관객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이 작품이 13, 14일 이틀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원작에서 나오는 요정을 우리네에게 친숙한 도깨비란 존재로 통해 풀어가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전체 줄거리는 탄탄해 1분1초가 지루하지 않고 흔히 가족공연이라면 통상 아이들 위주로 꾸며진데 반해 남녀노소 막론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양정웅표만의 특색이다.

남녀가 애틋한 사랑을 나누나 여자 측 부모가 점찍어 둔 정혼자는 따로 있다.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 고전명작인 ‘시집가는 날’을 떠올린다. 그러나 자신과 부모와의 갈등을 연출가는 한국적인 해학으로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해질녘 고요한 밤, 마을 어귀 고목 주위에 모인 도깨비들의 흥겨운 군무와 노래가 객석을 울려 퍼지면서 공연은 시작된다.

연인인 항(亢)과 벽(壁)은 어른들 몰래 만나 서로 사랑을 키운다.

아버지가 정해준 정혼자 루(婁)에게 억지시집을 가야할 처지에 놓인 벽은 항과 함께 야반도주하기로 결심하고 루 도령을 짝사랑하는 익(翼)과 함께 도주계획을 세운다.

격분한 루는 벽을 찾아 나서고 이들을 지켜보던 도깨비들이 거는 마법과 장난은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셰익스피어의 뼈대만 남기고 한국적인 흥과 신명을 실은 이 작품은 폴란드 말타국제연극제, 콜롬비아 마니살레스 국제연극제, 에콰도르 키토 국제실험연극제, 쿠바 하바나 국제연극제 등 국외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흘러드는 연무와 대밭 사이를 스치며 들려오는 듯한 은은한 음악소리, 꿈인지 현실인지 알듯 모를 듯한 몽환적인 동양적 분위기에 관객은 깊이 빠져든다.

전통가락에 얹힌 안무와 천연염색이 돋보이는 의상, 깔끔한 무대장치도 극의 무게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독특한 분장을 한 연기자들의 코믹하고도 깊이 있는 연기도 공연시간 내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양념 같은 존재다.

여기에다 구수한 육담은 객장을 웃음바다로 내몬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동양과 서양의 조화로운 소통을 항시 중심축에 놓고 작업하는 양정웅의 특색은 ‘한 여름 밤의 꿈’에서도 만날 수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