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최근 한국마사회 분당지점 2층 2600여㎡의 넓은 객장을 꽉 메운 주부들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열창하며 노래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탄식과 환호성만이 허공을 맴돌던 KRA PLAZA가 문화교실을 연 후 지역민들의 인식은 단순히 경마만 중계하는 장소가 아닌 문화가 움트는 보금자리로 바뀌었다.
한 때 열악한 환경과 주차문제 등으로 민원의 대상이었던 전국 32개 지점이 지난 2000년부터 문화는 물론, 예술과 체육에 관한 각종 프로그램의 개설로 주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부분 경마중계가 열리지 않고 자체 휴일인 월, 화요일 피해 수, 목요일 이틀간 열리는 문화교실은 노래교실, 꽃꽂이, 차밍댄스, 한지공예 등 50가지를 헤아리나 지점별로 건물 규모와 주민들의 취향에 따라 5~25가지를 선정, 실시하고 있다.
1~10월말까지 참여한 인원은 32개 지점을 통틀어 55만 명.
전업주부는 남편과 아이가 없는 새 잠시 짬을 내 득달같이 달려왔고 60대 이상은 황혼의 외로움을 이곳에서 내려놓았다.
아이들은 방과 후 부족한 영어를 보충했고 다문화가정은 한국어를 배우며 같은 처지인 친구와 벗하며 이국의 낯섦을 덜었다.
초기 단순하던 종목도 곁가지를 쳐 취미, 교양, 체조, 건강, 악기 등으로 세분화시켰고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치료를 위한 웃음치료도 가미했다.
연령층도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해 문화교실이 폭넓은 층으로부터 인기상한가를 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중 뭐니 뭐니 해도 최고 인기를 끄는 종목은 노래교실.
지점별로 차이는 있으나 평균 200~300석은 트로트 열창시간이 되면 주부들의 행진에 항시 만원사례란 간판이 내걸린다.
경기도 안산지점 노래교실을 이용하는 맹미화(42· 선부동)씨는 “한바탕 노래를 부르고 나면 스트레스는 저만치 달아나 젊고 활기차게 살 수 있어 참 좋다”고 했다.
비싼 강사료와 체육관 이용료가 부담스러워 마음만 먹었던 골프, 요가, 헬스, 에어로빅도 등 운동도 무료라 인기종목 중 하나다. 한국마사회 탁구단 현정화 감독도 일 년에 한번쯤 PLAZA 탁구교실을 순회 방문, 코칭을 맡아 빠짐없이 참여하는 사람에겐 뜻밖의 행운을 잡을 수 있다.
영어교실과 함께 열리는 경제교실, 한문교실, 독서논술교실 등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귀한 몸이 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선호도를 살펴 인기가 높은 종목은 확대하는 한편 개설치 않은 종목도 희망여부를 조사해 신설을 검토하는 등 지역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