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년 만에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제도의 전면 개편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 지주택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꼽혀온 서희건설의 사업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서희건설과 조합 간의 분쟁이 잇따르면서, 이번 국토교통부의 실태 점검이 조합원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국토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전국 618개 지주택 조합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187개 조합(약 30%)에서 총 293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민원이 집중된 지역은 ▲서울(63곳) ▲경기(32곳) ▲광주(23곳) 등으로, 지주택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지역일수록 갈등도 빈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는 해당 조합들을 대상으로 오는 8월 말까지 실태 점검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점검은 단순 민원 접수를 넘어, 시공사와 조합 간 계약의 투명성, 공사비 정산 문제, 조합원 분담금 요구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온 서희건설은 최근 들어 조합들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대표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잘 알려진 서희건설은 전국 80여 개 단지, 약 10만 세대에 달하는 사업을 수주하며 지주택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공사비 증액 요구를 둘러싼 논란이 곳곳에서 터지며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 조합은 최근 서희건설이 약 960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조합 측은 “2021년 추가 분담금 면제 조건으로 시공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제 와서 공사비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쟁은 용인뿐 아니라 ▲안성 공도스타허브 ▲평택 화양센트럴 ▲광주 탄벌동 등 인근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평택에서는 평당 공사비를 38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서희건설의 요구에 조합이 반발했으며, 광주 탄벌동에서는 공사비 정산 이견으로 인한 유치권 행사 및 입주 지연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서희건설과의 갈등은 최근 정치권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한 조합원의 피해 호소에 직접 응답하며 서희건설을 실명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전국 곳곳에 지주택 문제가 있다”며 “서희건설 지역주택조합 이야기죠? 특정 건설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태조사와 가능한 대책을 이미 지시했다”고 강조해, 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이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대구 유세 현장에서도 “서희건설 때문에 지주택 피해를 입은 국민이 너무 많다”며 “조합에 수억 원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희건설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주택 사업에 진출해 틈새시장을 공략, 높은 재무 안정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급성장해 왔다. 현재 수주 잔액만 약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번 실태 점검을 계기로, 지주택 중심 건설사들의 사업 구조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시공사가 주도권을 쥐고, 조합원이 소외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점검을 계기로 공공 감시와 조합원 중심의 투명한 사업 운영이 요구될 것”이라며 “지주택 시장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