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는 한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임직원과 주주, 거래처들이 함께 만든 공동체입니다. 지금의 비정상적인 경영 구조와 무책임한 지배구조에 책임을 묻는 것이 진정한 롯데를 위한 길입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광윤사 대표)이 10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일본 내 주주대표소송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일본 법인 광윤사는 지난 4일 도쿄지방법원에 롯데홀딩스 이사진 6명과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약 14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대기업 지배구조의 본질적 문제와 경영 책임의 부재를 정면으로 겨눈 첫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신 회장은 이날 “이 소송은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롯데그룹의 비정상적 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경영 투명성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형사 유죄에도 ‘무대응’…
“경영진 책임 묻지 않는 구조, 심각한 도덕적 해이”
신 회장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그룹 차원의 묵인이다. 신동빈 회장은 과거 한국 내 자회사(롯데쇼핑, 호텔롯데 등)에서 발생한 각종 법령 위반 사건에 연루돼 형사 유죄 판결까지 받은 인물이다. 대표적으로,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친인척 회사에 특혜 임대해 회사에 77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사건, 면세점 특허 유지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재단에 70억 원의 자금을 제공한 뇌물 공여 사건 등이 있다.
신 회장은 “이처럼 유죄 판결이 확정된 심각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단 한 번도 이사 해임이나 내부 징계 같은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기타무라 히데키 변호사(도쿄 변호사회 소속)는 이날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의 가치 훼손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이사진이 신동빈 회장의 범죄 사실과 경영 실패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7곳서 216억 보수…“22개 기업 이사직 겸임은 보수 명분일 뿐”
신 회장이 제기한 또 다른 핵심 문제는 과도한 보수와 이사직 남용이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한국 내 롯데 계열사 7곳에서만 총 216억 원 상당의 고액 보수를 받고 있으며, 한·일 양국에 걸쳐 총 22개 기업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현실적으로 22개 기업에서 모두 실질적 경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사직을 보수 수령의 명분으로 삼아 그룹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타무라 변호사 역시 “일본에서는 상장 기업의 이사 겸직은 통상 2~3곳, 많아야 8곳 수준”이라며, 신동빈 회장의 겸임 구조가 비정상적임을 강조했다.
이날 신 회장은 “한국 내 롯데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롯데홀딩스 역시 올해 3월기 결산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만 고액 보수를 받는 구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가 계속되면 그 피해는 직원과 거래처, 주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복귀가 목적 아니다…롯데의 미래를 위한 선택”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 혹은 개인적 감정 싸움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신 회장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번 소송은 회사를 위한 것”이라며 “나는 싸우자는 게 아니라, 롯데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통해 회수되는 자금은 모두 롯데홀딩스에 귀속되며, 주주로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일 뿐”이라며 개인 이익과 무관한 공익적 성격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가 이번 소송을 하는 것이 꼭 경영 복귀를 위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진심으로 롯데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을 이어받은 아들 신유열은 아무 실적 없이 승진을 거듭했고, 지금은 일본에 호화저택을 짓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롯데는 가족 기업을 넘어, ‘사익을 위한 지배 구조’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배임죄’의 법적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한국에서는 배임죄의 구성 요건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기타무라 변호사는 “문제가 된 사건은 이미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안”이라며 “당시 법령 위반 사실은 명백한 만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회복될 수 있다…그 첫걸음이 책임 묻는 일”
신 회장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나는 누구보다 롯데를 아낀다”고 밝혔다. “과거 한국에서 경영에 참여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롯데의 가치와 책임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며 “이번 소송은 그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누군가는 소송을 부정적으로 보겠지만, 나는 이 과정이 결국 롯데를 위한 일이라고 믿는다”며 “회사의 손실에 대해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