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중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직접 겪은 삶의 여정이기에 생생한 현실감과 뛰어난 구성력은 독자들을 확 잡아끈다.
추리소설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 딕 프랜시스(89))도 그중 하나다.
‘경마 추리소설’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그를 자국(自國)에선 ‘경마범죄작가’라고 부른다.
그의 소설 배경은 주로 뉴마켓 등 영국 경마 중심지으로 기수, 조교사, 마주, 시행체 직원, 사설 마권업자들의 치열한 두뇌게임을 다루고 있다.
경마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실제 장애물 경마 기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경마와 말 속에서 살았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고조할아버지는 모두 아마추어 기수이자 말을 키우는 사람들로 그가 걸음마를 배우자마자 말을 타기 시작했고, 선대가 그러했듯 자연스럽게 기수의 길을 걸었다.
이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왕의 스포츠’라는 자서전을 출판한 그는 이후 선데이 익스프레스지에 경마관련 기사를 기고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경마기자의 삶은 순탄치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그런 가운데 집필해 1962년 세상에 내놓은 ‘경마장 살인사건’(원제 Dead Cert)’은 대박을 터뜨리면서 인생역전을 일궈냈다.
인기마에 기승했던 기수가 사고로 사망하자 기수의 친구이자 아마추어 기수인 앨런이 친구의 죽음에 얽힌 음모를 밝혀낸다는 줄거리를 담은 이 소설은 단박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에도 그는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가미한 경마를 소재로 한 40여 편을 잇달아 발표, 미스터리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미스터리 작가협회의 에드가상, 영국 범죄작가협회 황금 단검상, 까르띠에 다이아몬드 단검상을 수상한 프랜시스는 1996년 미스터리 작가협회로부터 그랜드 마스터의 칭호를 받아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그의 소설 주인공은 단연 경마 기수였고 그 외 조교사, 경주마 거간꾼, 사설 마권업자, 경마장 설계자 등 다양한 경마산업 종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프랜시스 책은 모두 4종으로 ‘경마장의 비밀’(Decider), ‘경마장 살인사건’, ‘흥분’(For Kicks), ‘채찍을 쥔 오른손’(Whip Hand)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