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금값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을 사용하는 의료 및 산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20일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순금 3.75g당(1돈)에 소매가로 19만2천원에 이르는 등 금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휴대전화와 PDP 등 각종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 도금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최근 PCB에는 납이 사라지면서 그 대용으로 금 수요가 증가했으나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PCB 공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PCB 판매가의 3∼4%에 불과했던 금 재료값은 이제 8∼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의 제품 비중이 높아진 반도체용 메모리 모듈은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품 가격의 과거 10%선에서 현재는 20∼30%에 이르고 있지만, 중소업체는 이러한 금값 상승분을 납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안산에 위치한 PCB 업체 관계자는 “금값 상승으로 원청업체와 가격 협상에서 이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며 “더욱이 반도체 메모리 모듈의 경우 지난해에 워낙 가격이 하락해 울며겨자먹기로 납품을 했는데, 올해 사정이 나아졌지만 금값이 오르는 바람에 올해 역시 수익을 내기가 빠듯하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 함께 치과에 공급되는 원자재 가격(금·보철 등)이 덩달아 뛰면서 치과의사들은 시술 비용을 올려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당장에 시술비를 높게 책정할 경우 있던 환자들마저 끊길까 걱정이고 안올리자니 수익이 감소돼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수원 모아치과 윤 원장은 “금 부자재 값이 오름으로 인해서 인건비나 관리비, 임대료, 재료비 등이 동반 상승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진료비에도 영향을 미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원 A치과 관계자도 “비싼 곳이라고 입소문이 날 경우 있던 환자를 다른 곳으로 빼앗길수 있어 현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그 부담은 병원측이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금값 상승으로 금은방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데다 비싼 금을 노린 강·절도범들의 표적이 되면서 업주들은 추가 보안장치 설치와 경비업체 출동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강·절도 예방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원 인계동 J금은방 K씨(57)는 “타 지역에서 금은방이 털렸다는 소식을 듣고 최신식 보안장치로 교체하기 위해 이 불황에 400만원을 투자했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금은방에서도 최신 경보시스템을 설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