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약체 수원 KEPCO45가 지난 22일 대한항공을 꺾고 2009~2010 시즌 ‘코트의 반란 1호’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기장’을 바꾸고 막 재이륙을 시작하던 참이라 충격이 더 컸다. 반면 KEPCO45는 2005년 12월6일 이후 대한항공에 28연패를 당하다 올린 승리라 한참 감격에 젖었다.
이번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하위권(5~7위) 세 팀인 KEPCO45, 우리캐피탈, 신협상무가 기존 프로 네 팀(삼성화재, LIG손해보험,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을 상대한 전적은 3라운드가 시작된 23일까지 1승26패.
첫 승리를 올린 KEPCO45를 뺀 우리캐피탈과 신협상무는 나란히 9전 전패했다. 신협상무는 9경기에서 대한항공에만 단 한 세트를 빼앗는데 그쳤고 나머지 경기는 모두 0-3으로 무너졌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2008~2009년까지 다섯 시즌 동안 KEPCO45(옛 한전)와 상무는 상위 네 팀을 상대로 총 전적 254전 21승 233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0.083으로 채 1할이 되지 않는다. 2007~2008 시즌까지는 두 팀이 아마추어 초청팀 자격으로 리그에 참여했다. 그러나 약체에 패하는 상위팀의 상처는 의외로 컸다.
2005년 대한항공은 한전, 상무에 세 번이나 지면서 4위로 처졌다. 2005~2006 시즌에는 LIG가 초청팀에 네 번 발목을 잡혀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06~2007 시즌은 한전이 LIG와 현대에 각 한 번씩 두 차례 이겼을 뿐 상무는 24전 전패하면서 아마팀의 반란이 가장 미약했던 시즌으로 기록됐다.
2007~2008시즌에도 LIG가 상무에 고전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2008~2009시즌에는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 3월5일 KEPCO45가 현대캐피탈을 3-1로 눌렀다.
현대캐피탈은 이 경기 패배로 줄곧 유지해온 정규리그 1위를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현대의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된 날인 3월24일에는 KEPCO45가 삼성화재를 눌러줬다.
지난 시즌 25연패를 당해 한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세웠던 KEPCO45는 마지막 7라운드에서 현대, 삼성을 각각 한 번씩 잡아 제대로 연패 분풀이를 해냈다.
KEPCO45의 단신(183㎝) 공격수 정평호는 대한항공을 꺾고 난 뒤 “이제 삼성화재, 현대캐피탈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겨울 코트에서 다음에는 어떤 강호가 하위 세 팀의 제물이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