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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정보이용법’ 국회 통과… ‘Big Brother’ 우려

살인·아동성폭력 등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흉악범들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DB)에 남기고, 범죄발생시 조속한 범인 검거에 활용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정보이용법) 제정안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과, 올 7월부터 시행된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은 ‘과학수사 분야에서 OECD 가입’과 같은 의미라며 자축했다.

DNA DB 구축은 검찰이 5년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지만 인권침해 논란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과 구속피의자에 대해 DNA 감식시료 채취를 허용하는 점이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것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 DNA 정보이용법, 뭘 담고 있나

올 7월부터 바로 시행되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살인과 아동성폭력 등 강력범죄자들의 유전자(DNA) 정보를 보관하고 이후 범죄수사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법률이 적용되는 대상 범죄는 살인, 아동·청소년 상대 성폭력범죄, 강간·추행, 강도, 방화, 약취·유인, 상습폭력, 조직폭력, 마약, 특수절도 등 11개 유형의 강력범죄 또는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범죄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나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같은 흉악범은 당연히 대상이 된다.

수사기관은 이들 11개 범죄로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나 구속 피의자, 범죄현장 유류물 등에서 DNA를 채취한다. 당사자가 DNA 채취를 거부할 경우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구강점막을 채취할 수 있다. 구감점막 채취란 면봉 등으로 가볍게 입 속을 닦아내는 방법을 뜻한다.

이렇게 채취한 DNA는 DB를 만들어 관리하게 된다. 판결이 확정된 사람의 DB는 검찰이, 구속 피의자 등 나머지는 경찰이 각각 관리한다. 검찰과 경찰의 DB는 서로 연계해 운용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은 DNA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거나 정해진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 DNA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했다.

검찰은 법률 제정으로 향후 강력범죄 범인 검거율의 획기적 향상과 추가 피해 발생 예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 방식을 도입한 외국의 경우 뛰어난 범인 식별력이 검증된 상태이며, 최근 19년만에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을 잡은 ‘미국의 제니퍼 사건’의 경우에도 DNA DB 검색을 통해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력범죄자의 DNA 관리는 이미 영국·미국·프랑스·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그 효율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1995년 세계 최초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영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450만명 이상의 DNA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미제사건의 34%(10만 6902건)를 DNA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해결했다. 미국 역시 2008년 6월까지 미제사건의 31.9%를 DNA DB로 해결하고 있다.

◆ 인권침해와 예산낭비 논란

이 제정안은 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과 구속피의자에 대해 DNA 감식시료 채취를 허용하는 점이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것 등의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제정안은 우선 살인, 성폭행, 마약 등 중요한 11가지 범죄에만 이 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봤을 때, 그 범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결국에는 일부 흉악 범죄자뿐만 아니라 국민 다수의 유전자 정보가 이 데이터베이스에 담기게 돼 프라이버시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DNA를 이중으로 채취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인권침해와 예산낭비 논란이다. 경찰은 단순히 수사 단계에 있는 구속 피의자에게서, 검찰은 형이 확정된 수형자에게서 DNA를 채취해 따로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자의 DNA 채취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데다, 구속 단계와 수감 단계에 걸쳐 두 차례나 채취를 당하는 건 과하다는 비판이다.

인권단체들은 ▲DNA 감식이 3100건 중 26건 정도 오류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정보 유출 우려 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미 국가가 주민등록·지문 등을 보유·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국가의 과잉 정보 수집 문제를 집중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연쇄살인범인 강호순도 이 법안의 채집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등 자칫 법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인권침해 등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한 “불가역성을 갖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또는 시스템을 충분한 연구와 풍부한 논의,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과 인권측면에서의 문제점과 예산 등의 문제점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없이 입법화를 추진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이 법안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런 비판적 견해와 함께 예산낭비를 우려했다. 대법원은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경쟁적으로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운영 및 관리에 이중으로 비용이 소용되는 등 막대한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며 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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