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 추기경의 묘소에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김 추기경은 그리워하는 시민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김 추기경의 묘소 앞에는 꽃다발 10여개와 막걸리 한잔, 북어, 한라봉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그를 그리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몇몇 추모객들은 묘소 앞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모객들은 김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과 가르침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추기경 묘소에서 몇 발치 떨어져 묵묵히 기도를 드리던 박애자(42)씨는 “선종 직후 오고 오늘이 1년만”이라면서 “항상 가난한 사람, 약자의 편에 서 계시던 김 추기경님 덕분에 큰 힘이 됐는데...”라고 말한 뒤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묘원에서는 공식적인 추모 행사는 열리지 않았지만 전국의 성당 등에는 김 추기경의 그리는 크고 작은 추모행사가 잇따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오후 7시 명동대성당에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주기 미사’를 봉헌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는 오전 김 추기경이 사제서품을 받은 계산서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고, 안동교구는 김 추기경의 첫 부임지인 목성동 성당 대성전에서 김 추기경 1주기 추모 미사를 올렸다.
김 추기경에 투병하다 선종한 서울성모병원도 1주기를 맞아 병원 1층 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으며, 사진전도 열었다.
정진석 추기경은 유품전 개막식에서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교훈은 유품도 모두 소박한 것들이며, 혹시라도 값나가는 물건을 받게되면 즉시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셨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