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아니라 사랑도 넘쳐요… 줄잇는 ‘봉사 파노라마’
경마, 카지노, 복권 등은 사행산업으로 분류된다. 이들 업종들은 돈 놓고 돈 먹기로 잘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인식이 짙어 도박이란 부정적 이미지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KRA)는 한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키지 말고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재조명해주기를 바란다.
경마 외에 무엇이 있느냐는 물음엔 엄청난 금액을 기부, 소외계층을 보듬는 한편 날로 피폐해지는 농어촌 돕기에도 누구보다 앞장선다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또 전국 곳곳을 누비며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의 끈을 잇는 엔젤스(Angels) 봉사단의 모습도 예의주시해달란다.
나무와 숲 모두를 같이 보고 사슴을 쫓더라도 산은 보자는 의미다.
마사회는 어떤 사회공헌사업 카드를 갖고 있기래 이토록 자신만만해 할까. <편집자주>
하릴없이 방파제를 ‘철썩 철썩’ 때리는 파도소리만 들릴 뿐 적막이 감도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 선착장에 지난 4일 30명은 넘어 보이는 일행이 배에서 내렸다.
이들을 마중 나온 주민들은 오랜 지기지우인양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어떤 이는 얼싸안기도 했다.
김광원 회장 등 임직원들로 구성된 엔젤스 봉사단이 1사1촌 자매결연 맺은 어촌 봉사활동을 위해 찾은 현장이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긴 여정의 피로에도 불구, 이들은 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촬영과 머리 깎아주기 등으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KRA 탁구단 현정화 감독도 촬영 전 할머니들의 화장을 도와 메이크업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한껏 뽐냈다.
특히 마사회 청원경찰로 구성된 스쿠버들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각종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자 주민들은 “고맙다”는 말로 그들의 수고에 감사표시를 했다.
주민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김광원 회장은 “나도 바닷가 울진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하다”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등 친밀감을 표시했다.
‘농어촌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는 ‘도농상생’의 정신으로 지난 2004년 1사1촌 자매결연 계기로 탄생한 KRA 엔젤스 봉사단은 농촌일손돕기, 재해구조, 환경보호, 복지시설 위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천막 친 노천에서 언 손을 ‘호호’ 불며 직접 담근 김장을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에게 전달하고 골목길을 긴 행렬로 메우며 연탄을 배달했다.
폭우와 폭설, 태풍 등으로 소중히 일궜던 생계터전이 풍비박산나면 어디라 가리지 않고 달려가 넋을 잃은 채 논과 밭에 주저앉은 농민을 일으켜 세웠다.
신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때에도 엔젤스 봉사단의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창단 첫해 개인당 2.3시간에 불과했던 봉사시간은 지난해 32.2시간을 돌파, 개인당 의무봉사활동 시간을 2배나 초과했다.
이 수치는 전경련의 2008년 사회공헌백서에서 국내기업 임직원들의 봉사시간이 평균 11시간에 비교하면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처음엔 마지못해 시작했던 봉사가 다녀온 뒤 횟수를 거듭할수록 봉사활동 자체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고 가슴에 와 닿은 보람 또한 대단한 결과물이었다.
참여인원도 2009년 전체 1천76명 임직원 중 956명이 봉사활동에 참가, 89%란 높은 비율을 보였다.
마사회 김원영(38)과장은 “급한 업무를 두고 봉사현장에 나가는 것은 쉽지 않으나 다녀온 후 남을 도왔다는 기쁨이 가슴 가득해 일의 능률도 오른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지난 2004년부터 ‘엔젤스 펀드(Angels Fund)’ 라는 봉사기금을 만들어 임직원의 급여 우수리 모금운동을 통해 긴급 발생 시 사용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모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매칭 기프트(Matching Gift) 형식으로 다시 지원하고 있다.
봉사가 대부분 몸으로 때웠다면 금전적 기부사업은 또 다른 사회공헌활동이다.
KRA는 2009년 한해 115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했다.
기부사업의 트레이드마크인 농어촌 복지차량은 2004~2009년 6년 간 총 400대를 지원,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복지활동을 도왔고 장애우, 독거노인, 불우청소년 등의 생계에 큰 도움을 주었다.
KRA 기부금은 2008년 전경련이 발간한 사회공헌 백서에서 국내 200여개 기업의 평균 기부액보다 2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이익잉여금도 일반기업이 사내 유보 또는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돌리는 이익영여금도 70%(총 전체 매출액 4%)를 특별적립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 특별적립금으론 농어민 문화체육센터 건립, 농축산물 소비촉진운동, 교육사업 등 축산, 농어촌복지와 발전에 쓰이고 있다.
농축산산업과 관련된 단체가 사행산업 규제정책이 나올라치면 누구보다 반대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런 엄청난 수혜와도 무관하지 않다.
KRA 관계자는 “마사회가 엄청난 수익으로 흥청망청 쓴다고 생각하나 실상 자체 운영비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의 긴축재정”이라며 “어려운 여건에도 국내 기업 중 으뜸가는 사회공헌사업을 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