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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문화 가족에게 보다 따뜻한 시선을

 

2008년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결혼 중 11%(3만6204쌍)가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았다. 외국 여성의 38.3%가 농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에게 시집왔으니 농어촌 총각 3명 중 1명이 외국인 아내인꼴이다. 이렇게 한국에 시집온 이주 여성은 지금까지 12만8천여명으로 이들에게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만 6만명에 육박한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배우자를 구하는 현상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사회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결혼의 비중이 총 혼인건수의 11.1%에 이른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 우리나라에서 새 삶을 시작한 외국인 주부도 크게 늘어 지난해 상반기에는 10만4천290명에 달했다.

안타까운 점은 다문화가족의 상당수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가정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혼 가출 자살 등이 끊이지 않는다. 거의가 경제적 불안정, 자녀 출산과 양육에 따른 문제, 종교 및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혼은 2007년에 201건으로 도 전체 이혼율의 5.3%를 차지한다. 새로운 꿈을 찾아 이역만리 낯선 땅으로 이주해 왔으나 정작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며칠전,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맞이하여 설음식 준비를 위해 가족과 함께 집근처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많은 시민들이 조상님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차례상 준비를 위한 장보기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우리와는 생김새가 다르고 어눌한 말투로 열심히 장보고 있는 한 주부가 눈에 띄었다.

얼른 보아도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새내기 주부인 것으로 보였다. 유심히 지켜보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무슨 일로 시장에 들러 장을 보고 있느냐고 한마디 건넸다.

주부는 쑥스러워 하면서 약 3년전 우리나라로 시집을 와서 우리 전통문화에 의해 얼굴도 한 번 뵈지 못한 시부모님을 위한 차례상 준비를 위해 시장에 나왔다며 서투른 말씨로 또박또박 말했다.

주부의 말이 참 기특하게 생각돼 집사람과 함께 이것저것 장을 보는데 도움을 주고자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한국에 시집온 이유며, 한국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등 등.......

돌아온 대답은 뜻하지 않게도 직장 내에서의 차별(저임금, 임금착취), 자녀의 교육문제, 의사소통의 문제, 외로움 등 일 것이라는 필자의 평소 생각을 뛰어 넘었다.

다문화가족을 위해 앞에서 언급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주위 분들을 통해 많이 알고 있고, 또 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으나, 정작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체감하기에는 언어적 문제 등 현실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다는 대답이었던 것이다. 즉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각종 복지·문화 혜택을 언어의 문제 등 아무런 장애 없이 함께 누리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대화를 통해 필자가 다시한번 느낀점은 시정부가 아무리 시민들과 외국인 이주민간의 공감대 형성과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추진한다고 해도 직·간접적 수혜자인 시민들과 외국인 이주민에게 올바로 전달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수혜자 공감대가 없는 행정정책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금번 인천시의 다국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문화가족을 위한 생활정보신문 발간사업의 그 시작은 비록 작다할 수 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움 해소와 서비스 접근성의 제고를 통해 그들이 시민들과 소통하고 인천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상당히 크다 할 수 있다.

동북아 허브도시로서 국제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인천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은 6만여명으로, 인천 전체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중 3만여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하는 등 노동력 공백을 메워주는 우리시의 소중한 자산이다.

물론 뿌리부터 다른 이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사고, 습관, 생화태도 등 모든 것이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비단 시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외국인 이주민들에게 그들이 더 이상 남이 아닌 ‘우리의 한 가족’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보다 따뜻한 미소와 친근한 말 한마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진택 (인천시 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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