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스러웠던 지난 겨울 한파와 폭설로 새봄이 설렘으로 다가온다. 겨울이 가고 날이 풀리면서 두꺼운 겉옷보다는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상의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미루었던 산책도 하고 나들이도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뜬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조금만 더 봄이 늦게 오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남동구는 봄빛 가득 머금은 명소들이 지척에 자리하고 있다. 봄 햇살을 받으며 집 가까이로 봄 마중을 나가보자. <편집자 주>
최근 들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가 ‘걷기’이다. 그동안 사람들의 인식 밖에 머물던 흔한 동네 ‘길’들이 하나의 브랜드가 돼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제주도의 올레길과 지리산의 생태길 등 각 지역마다 개성 있는 ‘길’들을 내놓고 있다. 남동구에도 걷기에 재미난 ‘길’들이 여럿 있다.
▲ 수산동 배밭길 능선
구청 뒤 미추홀 도서관 방향으로 야트막한 언덕이 있다. 그 언덕은 남동문화근린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데 옆에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앞으로 걷다 보면 한적한 숲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숲에 난 이 오솔길의 매력은 봄날이 가장 절정일 듯하다. 능선을 따라 난 작은 숲길을 계속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코스이지만 4월 초순부터 능선 양옆으로 흐드러지는 배꽃과 복숭아꽃의 파노라마는 걷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산동의 유명한 배밭들에서 피어나는 꽃 잔치를 완상하며 솔숲을 걷는 그 맛을 놓치지 마시길. 숲길을 한참 걸어가다 보면 수산동에 이르게 된다. 수산동에는 다양한 맛 집들이 있어 다리쉼도 할 겸, 맛난 식사도 할 수 있다.
▲ 장수천길
장수천을 따라 걷는 길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만수6동에서 걷기 시작, 인천대공원을 향해 걷다 보면 버들강아지의 애교섞인 흔들림도, 장수천에서 노니는 오리들의 입질도, 소래포구로 흘러가는 물소리의 재잘거림도 모두 볼 수 있다. 더구나 지난달 말쯤 모습을 드러낸 장수천의 노란 개나리꽃은 장수천길의 걷기에서 맛보는 선물의 절정일 터. 일단 그 색감부터 서울 도심에서 보는 개나리의 명도와 채도에서 질적인 차이를 갖는다. 개나리꽃이 흐드러진 장수천길의 거리도 결코 짧지 않다. 대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꽃등을 든 채 따라온다. 마치 장원급제를 한 뒤 쓰는 어사화의 모양을 하고서….
▲ 운연동길
장수동 은행나무 아래에서 은행나무를 우러러 본 뒤 집을 향해 돌아설 때 추천하는 코스로 운연동길이 제격이다. 추어마을 입구까지 계속 뻗은 길로 양 옆으로 관모산과 소래산을 두고 있어 등산객들이 즐겨 걷는 길이기도 하다. 걷기에 무리가 없는 코스이며 산 사이에 난 길의 특성상 오붓하고 한가하게 걸어볼 수 있는 길이다.
그 길 위에서 마음 내키는 곳에 앉아 도시락을 펴놓고 먹는 재미도 좋다. 길가엔 애보박물관이 있고 길 끄트머리엔 추어마을의 식당들이 즐비하다. 사람의 오감 중 가장 확실한 감각이 ‘보다’가 아닐까. 말로만 듣던 360도 회전하는 식당에 올라 먼 곳까지 조망하며 식사도 해보고 봄 구경에 빠지면 안 되는 꽃구경도 직접 눈으로 봐야만 제 맛을 알 수 있을 터. 남동구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인 세 곳을 추천한다.
▲ 남동타워
소문만 무성하게 들어서는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다. 아이스크림은 먹어봐야 그 맛을 안다 하지 않던가. 고잔동에 들어선 지상 122m 규모의 남동타워는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 약 1분이 소요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남동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닿는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오이도와 대부도, 송도, 인천대교 등이 한 눈에 들어오며 망원경으로 더 자세히 관람할 수도 있다.(전망대 입장료 성인 7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 구정홍보관과 남동지역 문화예술 전시관도 운영 중이다. 3층은 레스토랑으로 2시간마다 360도 회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천천히 바뀌는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하는 곳이기에 새로운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남동타워는 야간에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조명으로 빛을 발한다.(남동구도시관리공단 032-426-0986)
▲ 인천대공원 벚꽃길
인천대공원의 벚꽃을 빼고 봄을 얘기할 수는 없다. 수령이 오래된 대공원의 벚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예술적이다. 거기에 하이얀 벚꽃을 피우는 모습이란. 굳이 4월의 축제기간이 아니어도 대공원의 벚꽃은 가히 몽환적이다.
아침이슬이 떨어지기 전의 고즈넉한 벚꽃 길도 좋고 사람들의 발길이 한가해질 무렵 눈처럼 휘~이 떨어지는 벚꽃바람을 바라보는 처연함도 황홀하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봄꽃을 가진 명소들 중 단연 낭중지추이다.
▲ 남촌동 벚꽃 길
작은구월4거리에서 논현동 방향으로 난 큰 도로 양 편엔 가로수가 참 인상적이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 밤 집에 있기 왠지 아쉽거든 고운 님 손을 잡고 이 길을 산책하면 어떨까. 벚나무들이 꽃등을 달고 밤길을 비춰주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리 없을 터.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드는 봄밤, 뭘 더 망설일까. 한 걸음만 나와도 가까운 곳에 벚꽃이 월백하거늘….
직접 보거나 걷기에도 좋은 곳이지만 그곳에 깃든 추억과 의미, 가치들로 인해 또 다른 감각기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종합선물세트처럼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느껴볼 수 있는 곳. 어떤 곳들이 있을까.
▲ 소래포구와 논현포대
꽃피는 봄 4월이 돌아오면 어슴프레 항구로 가야 할 것 같은 낭만이 스민다.
떠나가는 배와 돌아오는 배들 사이로 흰 갈매기 떼는 날아오르고 비릿한 갯것들 사이로 흥정을 끝낸 활어회 한 접시 받아들고 포구 어디쯤 앉아 바닷바람을 맞는 것도 좋으리라. 한 냥짜리 협궤열차를 타던 시절을 회상하며 철교가 보이는 논현포대 어름에 서서 이곳에 서린 역사적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나들이일 터. 봄날, 소래에 가면 종합선물세트처럼 가곡의 한 소절 같은 서정과 미각을 자극하는 갯것과 이 지역의 문화까지 맛볼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중앙공원
9개 지구의 테마공원으로 조성된 중앙공원은 도심지내 약 2.4km에 이르는 벨트형 녹지띠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공원이라는 홍보문구가 이채로운 곳. 간석1동과 간석4동, 구월3동, 남구(관교동) 일원에 길게 위치하고 있어 도시의 주거 밀집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쉼터와 휴식공간으로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희망의 숲과 어린이 공간, 정서순화공간, 휴게, 휴식공간, 체력단련공간, 올림픽기념공간, 문화예술공간, 교통교육공간, 월드컵문화공간 등 테마별로 구성돼 다양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리모델링을 마친 야간 경관도 아름다운 공원이다.
▲ 만월산 도롱뇽마을
만수3동에 위치한 만월산 도롱뇽마을은 생태환경면에서 무척 특별한 곳이다. 도롱뇽이 서식하는 만월산 기슭의 특성은 이 지역의 자랑이자 혜택이다. 계곡을 따라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동식물의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곳. 자연생태학습장을 마련, 주민들 스스로 생태계를 보호하고 아끼는 곳. 아이들의 손을 잡고 체험학습을 하러 나서기에 좋은 코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