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때 어느 시인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더군다나 서해 ‘해군 초계함 침몰’ 사건은 국가적인 참사로 아직도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얼굴에는 눈물이 마를날이 없다. 어쩌면 봄이 왔다는 것도 사치에 불과한지 모른다. 이 자리를 빌어 먼저 그 분들이 고귀한 희생과 애국심에 형언할 수 없는 마음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럼에도 ‘사시무상위(四時無常位)’와 같이 혹독한 겨울도 이 찬란한 봄을 이길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본래의 자연은 이렇게 말없이 ‘때’를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단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현대인은 늘 불안에 노출돼 있다. 다만 어떠한 예상사태에 대한 치밀한 준비와 대비만이 그나마 우리에게 어느정도 안정과 평화를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오늘날 지구온난화 때문에 빈발한다는 자연재난과 우리 인간의 욕망과 부주의에서 오는 인적.사회적 재난이 그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자연재난 중 아이티 지진이나 칠레의 해일지진에서 우리는 그 실체를 목격한 바 있다.
근대과학의 발명과 산업혁명 그리고 현재의 정보화 사회까지 우리 인간은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인간에게도 이와 같은 위대한 문명의 빛이 있었다면 다양한 종류의 어둠도 나타났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물질문명과 관련해 엄청난 욕망은 결국 물질로는 다 채워주지 못한다. 급기야 정신문명의 쇠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에게 불현듯 밀려오는 자연 재해나 재난을 사전예측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국내외 자연재난을 보면서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 그리고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지진이나 해일에 늘 안전지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태를 고려한 내진설계 및 공사가 필요할 것이다. 또 우리 사회나 학교에서는 언제든지 자연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상 가능한 사태를 사전에 상정(想定), 우리의 생존성과 대피 능력을 확인하고 숙달해야 한다.
그리고 비단 자연재난 뿐만 아니라 인적 사회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적 물리적 시스템을 심층 점검하고 자신의 심오한 내면까지 성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왜 우리사회가 교육의 수준은 높아 가는데도 흉악범죄는 가일층 증가하고 있는가? 왜 버젓이 멀쩡한 건물이나 구조물이 하루아침에 붕괴돼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는가? 우리는 이렇게 비일비재 발생하는 인위적인 재해와 재난에 대해 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의도적 행위로 인한 사고(事故)를 정복하지 못하고는 자연재앙을 논할 수 없지 않을까?
독일의 유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백(Ulrich Beck)은 한국이 ‘아주 특별히 위험한 사회’라고 진단한다. 그가 말하는 한국사회는 정치 군사적으로 현재 당면하고 있는 북한의 ‘핵’ 문제와 더불어 사회.경제적으로는 성장과 개발의 후유증에서 오는 도덕 및 안전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安全)이란 단어를 사전적 의미로 보면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위험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고래로 우리는 국가나 개인을 막론하고 늘 온전하고 건강하게 존재하는 것을 가장 귀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손자병법 ‘화공’편에도 ‘망국불가이부존(亡國不可以復存)이요 사자불가이부생(死者不可以復生)이라’는 명구가 있다. 국가는 한번 망하면 다시는 존재하지 않고 사람은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날 수 없다라는 뜻이다.
사회나 국가도 평시에 안전이나 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불안과 위협이 엄습, 엄청난 피해를 주고 그것을 해소하고 복구시키기 위해 너무도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우리 정부의 소방방재청에서 주관하는 안전한국 훈련(SKX)은 우리의 생활안전에 대한 마인드를 확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인천시교육청에서도 지역의 852개 초.중.고 모든 학교와 약 47만여명의 교직원과 학생들도 이번 훈련에 참여한다. 특히 훈련 이틀째인 오는 29일 전 학교에서 지진 및 화재 대피훈련을 실제로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보건과 급식 안전, 실험실 사고 학교폭력 예방 등의 각종 행사가 이뤄진다. 시교육청에서는 이러한 기회에 교직원과 학생의 안전의식을 가일층 고양시키는 기회로 생각하고 훈련의 ‘붐’을 조성하고자 한다.
내 생각에 비단 학교뿐이 아니라 우리 인천의 모든 공공 및 사설기관에서 이번 훈련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동참,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심층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