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르나요. 차근차근 열심히 하다보면 마필이 하나하나 채워지지 않겠어요.”
서울경마공원 구자흥 조교사(46·사진)는 마필관리사 출신으로 어렵다는 조교사 관문을 통과하고 최근 제7조에 둥지를 틀었다.
그가 배정받은 마필은 ‘퍼스트플라워’ 단 한 마리로 마방 개업을 막 시작한 처지에서 많은 말을 관리하기는 버겁지만 너무 단출한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구 조교사는 “처음부터 너무 많이 갖고 시작하면 성취욕이나 보람을 덜 느낄 수 있다”며 서두는 기색이 없다.
그가 경마세계에 발을 디딘 것은 23년 전으로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고 달려온 외길인생을 살았다.
조교보 자격을 취득한지 11년 만에 정식 조교사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필 수급으로 쉬운 일은 아니나 힘껏 노력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구자홍 조교사가 마음에 새긴 스승은 17년을 동고동락한 18조 박대흥 조교사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가져라”는 가르침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동력이 되었다.
박 조교사는 새내기 구 조교사를 “성실함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으로 말에 대한 깊은 지식을 현장에 접합시킨다면 금세 명 조교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구자홍은 학구파로 바쁜 일정 속에 방송통신대학교와 건국대학교를 졸업, 생활체육 승마지도자 자격증과 생활체육 승마 부심판 자격까지 취득했고 현재는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예술산업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스승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주어진 여건을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