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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장대·해우재·영통복지관 그리고 심재덕의원

비 위생적 화장실 개선
수원 사회복지발전 기여

 

수원 화성에는 두 곳의 장대(將臺)가 있다. 동쪽의 동장대(東將臺)는 너른 평지에 위치해 군사 훈련에 적합했다. 그러기에 예로부터 연무대(鍊武臺)라 별칭돼 왔다. 또 하나의 장대는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西將臺)이다. 화성 전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에 유사시 군을 지휘할 수 있는 곳이었다. 동장대와 서장대, 수원 화성의 주요 상징물로 정조대왕, 정약용선생, 조심태장군 등 수원 화성과 함께 했던 웅혼한 선조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오래 전 일이다. 한 취객의 치기에서 비롯돼 서장대가 완전히 소실된 적이 있었다. 이때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와 잃어버린 서장대를 아쉬워하며 절규하던 한 정치인을 기억한다. 바로 故 심재덕 의원이다.

서장대가 소실됐던 2006년 5월 당시는 지방선거로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졸지 횡액(橫厄)에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서장대로 몰려들었다. 한데 대다수는 잿더미가 된 서장대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그저 목전에 둔 선거 등을 화제 삼아 웃고 떠들며 기념 사진을 찍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박함만이 있었다. 이때 심재덕 의원은 화재 현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허술하게 방치됐고 그 결과 너무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잃어버림을 한탄하며 절규했던 것이었다.

심재덕 의원을 기억하는 또 하나는 화장실 때문이다. 예전 공중 화장실은 무척이나 지저분했다. 지독한 냄새, 오물이 튀고 이를 대충 청소하느라 바닥에 흥건한 물과 용변으로 잠시 머무르는 것도 큰 고역이었다. 화장지 등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호사였다. 수도꼭지라도 제대로 있어 손이라도 닦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화장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수원 광교산 기슭에 반딧불이 화장실이 열리면서부터였다. 그저 용변을 보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화장실 문화가 비롯됐다. 각처에서 반딧불이 화장실을 벤치 마킹하게 됐고 심 의원은 아예 한국화장실협회를 만들었다. 이후 우리나라의 공중 화장실은 모두 제2, 제3의 반딧불이 화장실이 돼 갔다. 나아가 그는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해 개도국의 비위생적 화장실을 개선하는데도 적극 기여하기도 했다. 오롯이 화장실에 바쳐진 그의 소명이었고 추진이었다. 그러기에 항간에서는 그를 미스터 토일릿(Mr. Toilet)이라 칭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집을 화장실 변기모양으로 건축했고 이를 해우재(解憂齊)라 명하기도 했다. 수원이 우리나라 나아가 전 세계를 아름답게 선도했던 하나의 자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재덕 의원이 가졌던 또 하나의 소명을 기억한다. 수원의 사회복지는 도시의 성가(聲價)에 비해 다소 부진한 실정이었다. 당시 시장이었던 심재덕 의원은 화장실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다시 한번 우리나라 사회복지를 선도하는 의욕적 사업을 준비했다. 대체로 사회복지관은 허름한 건물이었다. 또 그에 따라 사회복지 서비스가 다소 평가 절하되는 측면도 있었다. 심의원은 외형상 아름다운 복지관을 지향했다. 그는 거액을 들여 복지관을 설계했다. 물론 다소 오해가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소신은 충분히 짐작됐다. 우선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그 아름다움에 걸 맞는 수준 높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지어진 복지관이 영통종합사회복지관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복지관이었다. 반달공원 넓은 대지 위에 두동의 건물이 세워졌다. 기능을 고려한다면 굳이 두동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복지관 그리고 아름다운 서비스를 지향하였기에 그리 지었던 것이었다. 과연 내가 심재덕 의원의 본래 뜻을 어느 정도 구현하고자 노력했는가 반문한다.

자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후 수원의 사회복지가 상당수준 발전했기에 작지만 자부심을 가지며 애써 보람을 생각한다.

한 정치인에 대해 회고하는 별다른 의도는 없다. 이미 고인이 되셨기에 정치적인 의도는 더욱 없다. 단지 수원의 발전을 위해 화장실을 그리고 사회복지를 선각자적으로 생각하던 그를 생각할 뿐이다. 마침 지방선거가 목전에 있다.

또 한번의 지방선거를 맞이하며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잃어버린 서장대에서 한껏 절규하였던 그를 떠올리고 부질없이 그를 그리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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