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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얻은 지혜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만m 금메달을 딴 이승훈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지 7개월 만에 우승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예전에 외국 친구로부터 들은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생각났다.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누가 더 빠른지 논쟁했다. 토끼와 거북이는 경주를 통해 논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토끼는 빠른 속도로 거북이를 앞서갔다. 한참을 앞서간 토끼가 낮잠에 빠진 사이 거북이는 쉬지 않고 달려 우승을 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느리더라도 꾸준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한편 경주에 진 토끼는 자기성찰을 통해 자만심과 부의주가 패인임을 깨닫고 경주를 다시 하기로 했다. 이번엔 토끼가 빠른 속도로 꾸준히 달려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거북이는 ‘비록 느리더라도 꾸준한 것이 좋지만, 그 보다는 신뢰성이 뒷받침해 준다면 느린 것 보다는 빠른 것이 더 좋다’는 것과 ‘현재 경주코스에서는 토끼를 이길 수 없음’을 동시에 깨닫는다.

그래서 거북이는 그의 장점인 ‘수영’을 가미한 코스를 선택해 토끼에게 재경기를 제안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토끼는 제일 먼저 강에 다다랐지만 강을 건너지 못해 시간만 보내는 사이, 거북이는 강을 건너 우승했다. 마치 이승훈 선수처럼 거북이도 자기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바꿔 우승한 것이다.

세 번의 경주를 통해 친한 친구가 된 그들은 서로 협력한다면 더 멋진 경주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재경기가 열렸다. 이번엔 ‘누가 우승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함께 경주를 즐기고 빠르게 결승점에 도달하는 가’가 관심사였다. 경주가 시작되자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강까지 달렸다.

강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업고 강을 건넜고 다시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결승점에 도달했다. 그들은 이전 경주에서 느끼지 못했던 만족과 기쁨을 맛보았다.

‘각 분야별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럿이 함께 일을 처리하는 것이 혼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과 ‘단지 상대를 꺾기 위한 경쟁보다는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사례는 80년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80년대 두 업체는 0.1%의 시장점유율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었다.

81년 코카콜라회장으로 취임한 고이주에타 회장은 미국인들이 하루에 마시는 음료를 조사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하루에 약 415ml의 음료를 마시지만 그 중 콜라는 60ml에 불과하고 나머지 355ml은 물이나 쥬스, 커피임을 깨달았다.

펩시콜라는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고이주에타 회장은 펩시콜라와 경쟁하는 대신 사람들이 콜라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음료를 찾을 만한 곳에 콜라자판기를 설치하고, 다이어트 콜라와 같은 신상품을 개발해 코카콜라를 현재와 같은 콜라의 대명사로 등극시켰다.

최근 우유 공급이 넘쳐 남은 우유 처리에 골몰하거나 연이은 풍년으로 쌀값 하락 등의 문제에 직면하면 우리는 흔히 우유를 많이 생산하도록 젖소를 개량한 것이 문제라거나 쌀이 남아도는 지경에 벼를 개량하는 연구는 필요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마치 ‘콜라 시장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으니 새로운 콜라 개발이나 콜라 생산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고이주에타 회장과 같이 시장을 바라본다면 우유소비 정체의 원인이나, 쌀 소비 감소의 원인에 대한 고찰을 통해 어떻게 하면 우유와 경쟁하고 있는 다른 음료를 우유로 대체할 수 있는지, 쌀 이외의 식품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올바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쌀이나 우유와 같은 농축산물도 이제는 ‘생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우수한 품질의 우유와 쌀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시장을 만들고 확대해 나갈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농산물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니 관련 연구와 투자의 필요가 없다고 단념하기 보다는 함께 노력해 다 같이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기훈 (농진청 연구조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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