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자와 책상을 마주 보고 하는 일대일의 대화는 10년 동안에 걸친 독서보다 낫다’ 시인 헨리 롱펠로의 말이다. 대화는 정치의 길을 가는 이들에게 필요하기보다는 필수적이다.
정치는 대화 그 자체다. 정치권에서 소통이 화두가 되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자, 그는 한 주가 지나면 대한민국 최대 기초단체-수원시장으로 취임한다.
요즘 그의 행보가 신선하다. 신록의 숲을 바라보는 기분처럼 싱싱하다. 왜 그럴까. 그의 입을 통해 표출되는 ‘생각’ 때문이다. 나이만큼 생각도 젊다.
역시 젊음은 ‘밝음’이고 ‘뜨거움’이며 ‘힘참’이다.
그가 가져올 ‘변화의 새바람’이 요즘 인수위에서 다듬어 지고 있다. 다른 기초단체장들과 달리 인수위 명칭도 신선한 느낌을 안겨준다. ‘좋은시장 취임준비위원회’다. 그 그릇에 담겨진 위원들도 선거캠프에서 뛰던 최측근이 아니다. 수원과 별로 연고가 없는 외부전문가들로 짜여졌다. 그는 “객관성을 갖고 글로벌마인드로 수원을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며 영입배경을 밝혔다.
화합과 통합을 위해 경쟁자로 나섰던 이윤희 후보도 위원으로 영입했다. 분명 그 점이 다른 지역 시장당선자들의 생각과 다르다.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자의 나이는 40과 50줄 경계에 서 있다.
그는 연부역강(年富力强)하다. 4년 전 시장에 도전해 낙마한 아픔도 겪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삼성을 거쳐 환경운동가로 나섰다.
그런 연고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도 역임한 바 있다. 경험은 생각의 산물이고 생각은 행동의 산물이다.
다소 이른 판단인지는 몰라도 시정(市政)에 초년생인데 ‘과연 잘 할까’하는 속 좁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당선자 신분으로서 의전에 구애됨이 없이 ‘수원가요제’,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이나 ‘주부국악제’ 등 예술문화 현장을 찾아 이들을 격려하는 모습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실사구시와 대립보다는 협력과 상생을 말하는 그다.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하다.
시민들이 지도자를 따르는 이유는 ‘그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공직자를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을 기꺼이 행동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나의 생각이 바로 나다’는 말이 있다. 생각과 꿈은 우리들 존재의 기초다. 사람의 생각은 제 각각 다르다. 행동이 없는 생각도, 생각이 없는 행동도 무가치하다.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다. 염태영 당선자의 생각이 포퓰리즘에 굴복하지 않고 늘 싱그러우면 좋겠다. 그래야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넉넉하게 긁어줄 수 있기에 그렇다.
산뜻한 바람이 시민들 가슴에 스며들게 말이다.
의욕은 좋지만 독선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는 소통부재로 인한 오만과 독선 탓이다. 과거 권위주의의 냄새가 이곳저곳에서 풍기기 시작한 행태도 한몫했다.
생각이 낡은 틀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선거결과다.
이번 선거의 키워드로 떠오른 무상급식도 그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로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보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생각에서 수원 시정의 스타일이 바뀌리라는 예감이 든다.
실현 가능한 비전을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얻을 수 없다.
생각 자체가 희망차야 그 다음 내딛는 발걸음도 희망차게 된다.
대화와 타협으로 열어 가는 품격 있는 행정, 효율성 높은 행정을 펼쳐가야 한다.
시민 가운데 48.6%가 다른 후보자에게 표를 던졌다.
모두가 ‘정말 다르구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그가 당선사례로 현수막에 내건 대로 ‘초심(初心)을 잃지 않겠다’는 자세로 시정을 펼쳐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