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주민직선 김상곤 교육감의 재선은 경기교육의 새 지평을 열었다. 선거로 나타난 도민의 열망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요구와 기대였고, 이를 힘차게 실현할 교육감이었다.
새로운 학교교육을 갈망하는 경기도민은 알게 모르게 학연, 지연에 얽힌 관료적 문화가 뿌리 깊은 교육계를 변화·발전시킬 인물로 진보성향의 교육감을 선택했다고 본다.
지난해 김상곤 교육감은 짧은 임기와 절대 다수 보수 성향의 경기도의회 위원과 교육위원 속에서 개혁 적 교육정책이 번번이 무산되는 안타까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4년 임기동안 무상급식, 무상교육, 혁신학교를 정말 제대로 추진해 보라고 힘을 몰아주었다. 이제 경기교육은 때론 속도감 있게, 때론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제대로 된 학교교육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것이 현장 교사의 바람이다.
희망을 주는 경기교육은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경쟁교육, 특권교육은 많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함께 어울려 꿈을 키우기 보다는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한 무모한 경쟁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한다. 초등학생이 ‘수학의 정석’을 공부시간에 풀고 있거나, ‘성문 기본 영어’를 펴놓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전국이 똑같은 시험지로 일제히 보는 시험은 교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평가는 가르치는 사람이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교육과정의 일부이다. 평가가 전국 어느 지역이 일등이고, 어느 곳의 점수가 높은지 알아보는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나아가 이것이 교육청과 학교의 순위를 매겨 경쟁으로 내모는 일이 되서는 더욱 안 된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사람을 생각하는 교육으로 길러 낸 ‘바른 인격’의 사람이 우리의 희망이다.
양평의 어느 혁신학교는 폐교 직전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한다. 이제 혁신학교는 산간 농촌뿐 아니라 도시의 학교로 확대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현장 교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학교를 변화시키는 주된 동력이 현장교사임을 알아야 한다. 많은 현장교사들은 피로해 있다. 경쟁·입시·획일 교육에 지쳐 있다. 가르치는 일보다 공문처리와 행정적 업무에 정신이 없다. 업무처리하다 짬을 내어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이래서는 학교 혁신을 이룰 수가 없다. 가르치는 일이 신바람 나게 하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바라는 것은 클릭하면 화면이 바뀌는 전자칠판이 아니다. 교사들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을 바란다. 곧, 학급당 학생 수를 더 줄이는 정책, 말로만 지원행정이 아닌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교육청, 이렇게 되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혁신학교가 아니라, 많은 학교들이 저절로 혁신학교가 될 것이다.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일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는 대학이 서열화 돼있고, 초·중등교육이 입시준비 단계로 전락된 지금의 구조 속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줄일 수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먼저,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으로 평준화를 확대해야 한다. 평준화 지역 학력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오히려 높다는 것은 이미 일려진 사실이다. 또, 한 학년씩 자동적으로 진급하는 현행 제도에서 기초학력 부족이 누적되지 않도록 초등학교부터 특단의 대책이 투입돼야 한다. 함께 동참하는 교육공동체 문화도 늦출 일이 아니다. 교육청과 학교는 문턱을 낮춰 학부모, 지역의 인적자원의 건전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G20 회원국 가운데 우리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준의무교육화 되다시피 한 유치원,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늘리기는커녕, 차상위니 차차상위니 말을 돌리며 부분적으로 급식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차마 말하기 부끄러운 현실이다.
무상급식을 넘어 무상교육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보편적 복지를 통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열심히 일하고, 오로지 자식을 희망으로 키우는 도민의 바람에 대한 보답이며, 엄청난 교육비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젊은 세대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인 것이다.
멀리 흐르는 깊고 넓은 강물처럼, 새롭게 펼쳐질 경기교육은 우리나라 교육에 역사적 물줄기를 형성할 것이란 믿음이 높아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