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극히 예외적인 집단생활동물이다.

인류를 제외하고서는 아마도 남아메리카의 가위개미가 대표적일 것이다. 버섯을 재배하는 이들의 재배 방식은 간단하다. 일개미들이 주변에서 채취한 나뭇잎을 잘게 씹어 미리 만들어 놓은 버섯배양실에 쌓아놓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균사체에서 버섯이 생기고 개미들은 이것을 주된 식량으로 삼는다.

사람이나 개미나 식량을 생산하는 것은 동일하다. 인류는 식량생산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농약일 것이다. 농약이 현재의 세계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대량으로 생산되는 독성 농약은 직·간접적으로 환경과 인류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특정 농약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경우 나타나는 약제내성균 출현이다.

병원균 중 일부는 돌연변이의 출현에 의해 내성을 갖게 돼 농약을 사용하더라도 그 효용가치를 잃게 된다.

개미의 식량생산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있었다. 인위적으로 개미들을 개미집에서 제거했을 경우 잘 성장하던 버섯들은 병원 곰팡이와 세균들로 인해 빠르게 소멸했다. 이는 개미들의 식량생산시스템에도 병해충으로부터 방제하는 수단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개미 몸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상을 분석한 결과 버섯을 경작하고 있는 일개미들의 몸에서는 다량의 항생물질들을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된 스트렙토마이세스가 검출됐다. 여기에서 두 가지 의문점이 든다.

첫째, 개미도 우리와 같은 약제내성 병원균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을까? 둘째, 동일한 스트렙토마이세스들만으로 버섯에 생기는 병을 방제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기존의 스트렙토마이세스에 내성을 보이는 버섯 병원균을 개미집에 주입하자 개미집의 버섯들은 대부분 소멸했다.

하지만 수 일이 지난 후 개미 집단과 버섯 재배는 정상적으로 회복됐다. 개미 몸에서 검출된 스트렙토마이세스는 그 전과 동일한 균 이었지만 새로운 버섯 병원균에 대한 항생물질 생산능력을 얻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스트렙토마이세스들의 항생물질 생산능력이 주변 미생물상의 변화에 따라 경작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영화에는 ‘붉은 여왕의 경주’에 대한 장면이 나온다. 붉은 여왕과 앨리스는 끊임없이 경주하지만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이유는 주위의 모든 환경이 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말해 자신의 진화속도가 빨라질수록 상대방의 진화속도도 빨라져 상대적인 진화속도는 둔화되거나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는 공진화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천적의 진화에 맞춰 자신도 끊임없이 진화하게 되는 원동력을 갖는다. 이 같은 과정에 따라 진화의 무한경쟁 속에서 상대방에게 뒤쳐질 경우 남는 것은 자연선택에 의한 도태뿐이다.

사람이든 개미든 농사를 짓는다. 한 쪽은 공진화를 거스르며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하고도 계속적인 병 피해로 고통 받는 반면, 다른 한 쪽은 범자연적인 생물학적 과정을 친구삼아 저투입, 고소득, 고품질 농업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병은 병원균과 기주 간 무한한 상호경쟁의 가장 대표적인 본보기이며 자연계에서 병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알고 있어야만 효율적인 병 방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병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