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풀리는 내 인생
최인원 글|랜덤하우스
336쪽|1만4천원.
당근밭, 무밭, 마늘밭 사이로 걷다보면 오름이 봉곳 솟아있고 누렁소들은 타지 손님이 다가서도 본체만체 한다. 거뭇거뭇한 갯바위 너머로 물질하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들판에선 여행자의 가슴시린 이야기 한 자락에 억새꽃이 억억 운다.
‘올레 감수광’은 올레길로 떠날 때 배낭에 쏘옥 넣고 갈 만한 책이다.
우선 ‘올레 감수광’은 풍광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풍광뒤편에 숨어있는 아프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스토리들을 꺼내고 있다.
또한 오름(기생화산)과 섬과 마을에 얽힌 사연들에 대해 궁금해도 마땅히 물어볼 것이 없어 참고 지나쳐야했던 여행자들에게 반가운 ‘올레 길라잡이’가 돼 줌으로서 여행의 즐거움을 한 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은 올레의 풍경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지만 올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도 올레에서 수평선위로 보이는 섬이 여서도라는 사실과 12코스의 절경인 차귀도가 6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 등을 지금까지 어떤 제주 여행서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낸다.
한편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해 이야기한 책으로 제주의 감성과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며 자신의 가슴깊이 숨겨 뒀던 개인적 이야기도 한 자락 꺼내면서 여행자들을 위로한다.
별책 부록으로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민박, 펜션, 맛집, 카페, 올레 무료셔틀버스 등 1천여개의 정보가 코스별로 빼곡히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