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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라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반대 측의 주된 논거는 ‘학생인권 보장이 교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권리를 대척점에서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국어사전은 인권을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및 지위와 자격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곧 학생과 교사가 신분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적 대우를 받을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인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태동은 18세기 서유럽의 자연법 사상에 근거한다. 자연법 사상은 천부인권이다. 기존 권력이 실정법을 근거로 탄압할 때, 당하는 사람은 자연법을 근거로 저항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 인권 담론은 1948년 12월 10일 당시 UN회원 58개국이 파리에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하고 있다. 이 선언에서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제2조)’고 밝히고 있다. 또한 사상, 양심, 종교(제18조), 의사표현(제19조),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제20조)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보편적 권리가 우리 학생들에게 보장되고 있는가?

최근 사회면에 알려졌던 교원에 의한 초등학생 성추행, (무자비한)체벌 소식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사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왜 필요한지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교육청이 마련한 조례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체벌 금지,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의 선택권, 두발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학생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과 집단 괴롭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아야 한다.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학생에게 적절한 휴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권은 교사의 것이지만, 학습권은 학생의 것이다. 두발 길이를 제한하지 않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학생 개인의 개성 실현을 보장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수업 시간 이외의 시간에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품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러한 모두는 이념적 잣대로 나눌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 민주국가의 보편적 가치이다.

그런데도 학생 인권과 교권이 마치 충돌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교권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 원인이 있다. 교권은 ‘교사가 정치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돼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를 의미한다. 즉 가르치는 권리인 것이다. 학생의 권리, 학부모의 권리, 교사의 권리가 ‘학생의 학교생활’을 정점에 두고 얽혀 있는 셈이다. 개인의 인권은 다른 사람의 인권 보장을 전제로 한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인권이 아니다. 따라서 수업을 방해하는 어떤 행동도 인권의 이름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주체적 인간으로서 서로 도우면서 함께 행복해한다면 한쪽의 인권이 보장되고 커진다고 해서 다른 쪽의 인권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학생인권이 존중되는 풍토는 교사가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인권조례가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생활지도는 교사 개인의 자의적(恣意的) 판단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소키 위해서는 인권조례를 통해 정당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정당한 기준에 근거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권조례 제정과 더불어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인권교육을 통해 일탈의 행동까지 인권으로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야 한다.

학생들은 인격적 대우를 받으면서 자아존중감을 키워가는 것이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깨달음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정신으로 확장된다. 사회 구성원의 인권의식 수준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2만불을 넘어 3만불을 내다보는 우리의 국격을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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