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취임 열흘 만인 지난 달 12일 판교 특별회계 전입금 채무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228개 기초 지자체 중에서도 8위로, 경기도 재정 자립도 1위, 재정 자주도 2위로 비교적 건실한 지방자치단체로 꼽히던 성남시가 빚을 못 갚을 상황이라고 주장해 세간의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모라토리엄은 전쟁, 천재(天災), 경제공황, 화폐개혁 등으로 국가 경제가 혼란할 때 국가권력의 발동에 의해 금전 채무를 유예하는 것으로, 성남시는 이와 사정이 다르다.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정당한가 하는 점에서는 성남시장의 주장과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의 주장이 상치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LH공사는 이 시장의 주장과는 달리 “성남시가 연말까지 LH공사에 정산할 금액이 최소 35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갚거나 재투자하면 되는데도 사실을 왜곡했다”고 말하고 있다.
돈이 없다고 주장한 이 시장은 수정구 신흥동 일대 옛 성남1공단 용지 8만4천235m²(약 2만천평)에 도심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공원화에 3천억∼4천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이 시장 스스로가 자신이 발표한 모라토리엄 선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이 시장은 또 지난 달 26일 “시 재정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며 “토목예산을 축소해 연간 채무 부담금 500억 원을 마련하고 주민의 삶과 직결된 교육, 복지, 주거, 환경 등의 예산은 오히려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 등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는 대국민적 시각과 그의 시정에 대해서는 기대 보다 우려가 많다.
첫째, 대다수 성남시민들은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 시장은 정치적 공과(功過)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임기는 4년이다. 무엇보다 전임자와 대비해, 정치적인 효과를 거두려는 인기영합적인 전시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결집된 목소리를 통해 시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지방재정법 13조(보증채무부담행위)와 44조(채무부담행위)에 의하면 미리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도록 정해 놓고 있다.
LH공사는 최근 성남 신흥2·중동1·금광 1구역 등 3곳의 재개발사업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유는 LH공사가 주변 아파트 시세가 조성원가보다 낮은데다 주민들의 요구조건이 과다해 사업성이 악화돼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포기 이유를 밝히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LH공사의 성남시 도시정비사업의 포기 선언은 최근 판교 신도시 개발이익금 정산 및 부담금 납부와 관련해 성남시와 LH공사간의 갈등이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와 LH공사의 갈등에 성남주민의 주거복지사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대다수 지역주민들은 성남시와 LH공사는 재개발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남시와 LH공사의 대립 구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성남시장은 성남시민의 여론 수렴과 총의를 모으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지방자치시대라 할지라도 재정자립도가 67.4%선에 그치는 성남시가 중앙정부의 도움과 협조 없이 자립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시정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재정자립도가 100%선에 이른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서로 협조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내걸어 지방자치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대립과 갈등관계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결국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LH공사의 성남시 재개발사업 취소는 LH공사의 경영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자는 결국 성남시민이다.
재개발사업 지역 주민들이다.
지금이라도 성남시와 LH공사는 서로 갈등의 원인을 대화로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협의와 조정을 통해 상호 협조하에 원만하게 행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