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세계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 한 편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작년 개봉된 <아바타>, 지금 개봉 중인 <인셉션> 등 여러 답이 나올 수 있지만 시리즈물까지 따진다면 단연 007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번이라도 007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시작 부분에 나오는 총구 속의 007 모습과 “마이 네임 이즈 본드, 제임스 본드”라는 대사를 기억할 정도로 007 영화는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62년 <007 살인번호>로 시작해 22번 째 작품인 <퀀텀 오브 솔라스>가 2008년에 개봉됐다. 그동안 007역을 담당한 배우도 숀 코너리로부터 대니얼 크레이그까지 다양하다.
최근 호주의 한 TV 방송국에서 007 영화를 제작 순서대로 매주 한 편씩 방영하고 있다.
모두 보려면 반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고 첫 작품은 무려 50년 전에 제작된 것이지만 아직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007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관객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본드와 본드걸의 매력, 최첨단 기술 및 장a비, 외국의 풍광을 들 수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우주왕복선이나 레이저가 현실화되는 것을 보고 감독의 혜안에 놀란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또한 007 영화 속에는 다양한 나라들이 등장한다.
첫 작품인 <007 살인번호>에서는 자메이카의 멋진 열대풍광이, 두 번째 작품인 <007 위기일발>에서는 터키 이스탄불의 풍광과 유적들이 매우 인상적으로 소개되는 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 소개로는 1967년 개봉된 다섯 번째 작품 <007 두 번 산다>를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신흥 산업국가로 발돋음 중인 일본에 대한 소개가 대단하다. 일본의 건축, 전통문화 및 전자기술을 영화 진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대단히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삭제해도 무관한 숀 코너리와 일본인 여배우 하마 미에와의 전통 혼례장면을 굳이 영화 속에 삽입해 가면서 일본을 친절히 소개해 주고 있다.
007과 같이 유명한 영화에 이처럼 일본을 멋있게 오래 소개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설득이 있었을 것이고 일본 정부의 예상대로 이후 일본은 서구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면 과장일까? 반면 한국이 주제가 된 007 영화도 있다.
2002년 개봉된 <007 어나더데이>에서 한국, 정확히 말해 북한이 주요 무대이다.
앞서 일본의 소개와는 정반대로 한국은 어둡고 보잘 것 없는 악당 국가로 비쳐지고 있어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우울했다.
한국 정부에서 좀 더 발 벗고 나서 노력했다면 이처럼 참담하게 한국이 소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한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북한과 한국은 그저 동일한 코리아일 뿐이다.
이런 어두운 코리아에 누가 관광을 오려 하겠는가?
한국의 풍광과 문화를 소개하는 영어로 된 DVD 한 장 구할 수 없는 나라에 누가 관심을 가지고 오려고 하겠는가?
최근 호주에서 현대 및 기아 자동차, 삼성전자 및 LG 전자의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가 이미지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프리미어 축구리그에서 보게 되는 삼성과 LG 로고, 호주 럭비팀의 기아 로고도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대기업 차원의 홍보는 이제 국제적 수준에 오른 것 같으나 앞서 007 영화에서 보듯이 정부의 글로벌 홍보 수준은 미흡하기만 하다.
대기업이 뛰는 만큼 정부도 국가 홍보의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이는 경기도와 같은 지방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올 6월 서울과 평창에서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열려 전세계 76개국 400여명의 전현직 한인회장들이 참석했다.
한인 네트워크 활성화와 국격 높이기가 주제였는데 정작 논의된 것은 재외국민 투표권 확대였다고 한다.
이래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아예 한국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처럼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