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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명품에 열광하는 세태를 우려하며

잘못된 관념 마음 자리잡아
자신 키우는 노력 우선

 

우리나라에서의 명품선호는 각별하다. 최근에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아내가 들고 있던 명품 핸드백이 문제가 되기도 한 바 있다. 웬만한 집에 여성용 명품 핸드백 정도는 몇 개씩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값싼 재래시장은 몸살을 앓아도, 고가품을 취급하는 명품브랜드 코너는 오히려 불황을 모른다.

우리는 왜 명품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물론 명품브랜드의 경우, 그 품질과 디자인, 그리고 신뢰성 면에서 탁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제품의 우수성 때문에 명품을 애용하는 것이라면, 굳이 이 자리에 글을 쓸 이유도 없을 것이다. 좋은 제품을 사려고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고,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명품을 선호하는 많은 사람들의 심리구조는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그렇게 명품에 탐닉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또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의문에 동감할 줄 안다. 기술이 발달한 요즈음 명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질좋고 디자인이 훌륭한 제품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면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 교복자율화가 되면서 신발 명품 브랜드가 처음 수입되었던 때가 있었다. 학교에 몇 안되는 학생이 신고 온 명품 운동화는 학교 전체 학생들의 부러움을 샀고, 얼마 안 지나 학교에는 넘쳐나도록 많은 수의 명품운동화가 보이게 됐다. 이렇게 되고 보니 명품운동화를 신지 않으면 웬지 창피하고 학교에 가기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졸라 명품운동화를 한 벌 마련했고, 너무도 자랑스럽게 학교에 갔다.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고, 길을 가면서도 웬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고, 우쭐한 마음까지도 들었다. 그런데 얼마 안 지나 빨아서 널어놓았던 신발을 누군가 훔쳐갔고, 나는 다시 일반 운동화를 신어야 했다. 그러나 몇 년 후 그 때를 상기하면서 왜 내가 그 때 그토록 명품신발을 신고 싶었을까 의아해 했었다. 명품이 아닐지라도 마음에 드는 값싸고 멋진 신발이 많고, 그러한 신발을 신으면 되는 것인데, 왜 그렇게 명품 신발에 목을 매고, 명품브랜드가 아닌 신발을 신으면 창피하기까지 했던 것일까 하고 말이다.

사실 좋은 물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다 보면, 명품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만큼 명품은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어린 시절 열병과도 같이 한 때 경험했던 잘못된 명품관념이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맹목적인 남 따라하기, 남들 다 사니까 나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 내가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남보다 우월하다거나 또는 일반인들과는 차별화된다는 귀족의 환상 등. 이러한 말단적인 생각의 단초들이 우리를 명품이라는 하나의 공허한 허영으로 몰아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위와 같이 허영의 공허함을 돈으로나 메울 수 있다고 하나,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명품에 대한 허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명품을 들고 있는 순간에는 귀족이 됐는데, 막상 자신의 현실로 돌아와 보면 다시 평민으로 내려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되는 경우 현실과 이상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빚어지게 되고, 이는 우울증이나 범죄 등 심각한 문제 양상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또한 명품에 빠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입고 있는 옷이나 악세사리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또 자신을 우월하게 보이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깍아내리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진정한 멋은 악세사리나 옷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명품을 걸쳤다고 해서 까마귀가 학이 될 수는 없다.

내면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내가 남보다 더 인정받고자 한다면, 껍데기에 불과하고 얼마 안 가서 싫증이 나고 마는 명품치장보다는, 깊은 향이 우러나도록 인간 자체를 명품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물질만능주의속에서 허영과 치장으로 우리의 참된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진정한 나를 키우고자 하는 노력이 명품선호보다 우선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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