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118조원이다. 이자를 갚아야 하는 금융성 부채만 83조 원에 달해 하루 이자만 1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다. LH공사는 부채가 공론화되자 보금자리, 세종시를 제외한 신규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나섰고, 청와대는 재정투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LH공사는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반성하기는 커녕 오만하기 그지없다. LH공사는 경영부실의 책임이 마치 저소득층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사업과 재개발사업에 있는 양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최근 성남시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의 일방적 중단 선언은 그 한 예이다.
기존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해 온 서민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개발사업과 택지사업을 일방적으로 포기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지역주민들의 주거문제와 직결되는 등 직접적 피해를 입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는데도 이미 사업이 추진 상태에 있는 도심재개발사업을 단 한마디 상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포기결정을 내린 것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무엇보다 도심재개발사업의 포기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기준과 원칙이 필요한 것은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업무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일차적인 조치이다.
LH공사는 경영수익 이전에 LH공사가 진행중인 사업의 포기에 따른 문제점과 피해 등 전반적인 검토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이러한 활동도 공기업으로서 국민적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에게 그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기본이다. 국가 공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수임받은 업무를 수행함에도 그 주인인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 포기를 선언한다면 그것은 월권이다.
진행중인 사업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LH공사가 사업 포기를 선언할 경우, 해당 지역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는 등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이해당사자간의 법적인 책임공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LH공사 부실에 따른 국가 재정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 LH공사의 경영 부실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했을 경우, LH공사의 부채는 곧 국가부채로 인식되고, 국가 신인도 또한 떨어진다. 공기업에 대한 재정 투입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저하 및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것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LH공사 경영 부실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또 LH공사의 부실경영 규명에 일차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LH공사 경영활동에 대한 전반적인검증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여·야가 LH공사 부채와 관련해 서로 네 탓 타령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LH공사 부채의 원인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그 부실의 원인을 샅샅이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LH공사 또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먼저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은 이미 벌여놓은 사업이나 사업계획의 축소조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 매각, 인력 감축, 수익성 없는 개발사업의 중단이 우선돼야 한다. 공기업이 할 일은 공기업이 맡고 국책사업은 정부가 맡는 사업구조조정이 부채관리나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국책사업 이외에 민간 영역의 주택사업은 대거 이양하되, 기존사업은 진행해야 한다. 그동안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과도한 경쟁이 두 공기업의 경영부실을 초래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민간기업의 효율적인 경영기법과 능력을 벤치마킹 해 경영의 효율화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조직의 슬림화 등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다.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에 따른 불필요한 인원의 정리는 물론, 불필요한 경영비용을 줄여나가는 등 내핍경영을 해야 한다.
일부에서 임대주택이나 보금자리주택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수익성은 다소 낮더라도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은 계속돼야 한다.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LH공사의 존립의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채 절감에만 집착, 주요 국책사업을 뒤로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도 골격은 그대로 두되 세부실행계획은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