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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짝퉁’KTX로 지역갈등 조장하는 국토해양부

 

정부는 다음달부터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을 개통하면서, KTX를 영등포역에 정차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TX 영등포역 정차문제는 해당 지자체와 주민 간의 오랜 갈등을 딛고, 현재와 같이 서울역, 용산역, 광명역 정차로 귀결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단 한 차례의 의견수렴과 토론의 과정도 없이 서남부권 주민들의 해묵은 지역갈등에 불을 지피는 결정을 내렸다.

국토해양부의 해명에 따르면 새마을호 운행을 9회 감축하면서, 기존 경부선로에 KTX 차량을 4회(영등포역 정차 2회) 운행하겠다고 한다. 앞으로도 퇴출되는 새마을호 차량대신 대신 KTX차량을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철도운영의 틀을 KTX와 무궁화호로 재편하는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대당 20억원가량의 새마을호보다는 대당 33억원의 KTX 차량이 가격효율이나 경쟁력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번에 투입되는 KTX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새마을호 차량이 KTX로 바뀌는 것일 뿐, 기존선로를 운행할 경우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차량만 바뀐다고 해서 속도까지 KTX가 되진 않는다. KTX는 단순히 300㎞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차량성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300㎞의 운행이 가능토록 해주는 제반시설과 시스템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영등포역에 정차하는 KTX차량은 기존 경부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KTX라고 할 수 없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경우에는 환승시간정도가 조금 단축되긴 하지만, 서울서부터 대전까지 최고속도는 150~170㎞로써 종전의 새마을호와 같다. 즉 차량만 KTX일뿐, 소요시간 단축에는 큰 효과가 없는 ‘짝퉁’ KTX에 그칠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차량교체 결정을 두고 마치 KTX운행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과장홍보에 나서고 있다. 국민들은 KTX라 하면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실제 운행속도는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KTX의 브랜드가치를 활용해, 기존 구간의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꼼수인 셈이다.

또 하나는 고속선로를 운영하는 ‘진짜’ KTX와의 관계 문제다. 엄밀히 말해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과 무관한 영등포역 KTX 차량투입 결정은 별개의 사안이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은 준비가 되는대로 운행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만, 영등포역 KTX 차량 투입문제는 각 지자체의 갈등을 초래하는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다. 정부는 영등포역 주민과 경기 서남부권 주민간의 오랜 갈등을 간과하고,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갖지 않았다. 그동안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정부의 무책임한 말 한 마디에도 고통을 받아온 것을 생각한다면,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주민들과 협의했어야 한다.

정부는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을 풀어주기 위해 제2롯데월드를 편법으로 허용해주더니, 이번에도 기본적인 원칙없이 영등포역 KTX차량 투입키로 했다. 밀실에서 영등포역의 백화점 재벌 롯데그룹의 민원을 풀어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재벌편들기로 국가의 고속철도 정책을 왜곡하고, 영등포역 일대의 교통대란을 가중시키는 행위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지금은 영등포역의 교통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외곽 거점을 활용한 교통분산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벌써 광명시민들을 중심으로 서남부권 주민들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어떤 예고도 없이 내려진 이번 결정에 많은 시민들이 분고하고 있다. 정부는 왜 또다시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려 하는가? 현 정부는 왜 이토록 국민의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시키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지 이해를 하기 어렵다.

국토해양부에 촉구한다. 영등포역 KTX차량 투입을 백지화해야 한다. 만일 국토해양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향후 발생하게 될 지역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하물며 국민이 반대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뿐이다. 하루속히 결정을 철회하고, 주민들과 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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