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온전한 지방자치제가 실시한 지도 벌써 15년이 넘는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지방 특색을 살린 관광을 활성화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서울, 부산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경제기반이 없는 지방정부로서는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초기에 지역축제가 난립하면서 수입보다는 지출이 더 큰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반면 보령 머드축제, 부천 국제만화축제, 고양 국제꽃박람회 등 단순히 국내인만 참가하는 행사가 아니라 외국인까지도 불러 모으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한 케이스가 생겨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광이 거대 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관광의 최선진국인 스페인, 프랑스의 경우 관광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몇몇 대기업의 기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관광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중요한 이유 가운데는 이에 종사하는 인원이 대단히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 IT, 전자와 같은 첨단기업의 고용인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 관광산업의 경우 여행안내자, 운전수로부터 식당, 공항, 건설 등 관련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방대해 그 고용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흔히 관광자원하면 자연과 역사 유적을 떠올리기 쉽다. 미국이나 중국의 대자연, 고색창연한 유럽의 성당과 왕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과 비교될 관광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로서는 무엇으로 외국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인지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해야 한다. 최근 일부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템플 스테이나 김치축제와 같은 문화상품을 관광자원으로 키운 사례를 보면서 한국 관광산업도 잘 만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연구년으로 머물고 있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를 여행하며 국회조차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호주의 두 대도시 시드니와 멜버른은 호주 수도를 놓고 7년간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두 도시의 중간지점에 계획도시를 만들어 수도로 정한 것이 바로 지금의 캔버라이다. 캔버라의 중심에 위치한 것이 현재의 호주 국회의사당으로 캔버라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대부분 들려가는 곳이다.
호주 국회의사당의 특징은 32㏊의 거대한 면적, 200년간 사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세계적인 건축물, 세계 최고 높이의 국기게양대, 도시의 중심인 캐피털 힐에 자리 잡아 어디서나 잘 보인다는 것 이외에도 민주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교육의 현장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한 나라의 국회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하며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과 대비되어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우선 국회의사당의 널따란 지하주차장에 무료로 차를 세우고 건물로 들어가면 수 많은 호주인과 외국관광객을 위한 1시간 정도 걸리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할 수 있다.
관광객 투어 이외에 교육 목적의 초등학생 및 중고등학생들의 투어는 따로 진행된다.
가이드로부터 국회의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상징적이나마 언덕 정상을 파서 건물을 정상보다 낮게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대연회장, 하원 회의장, 상원 회의장 등을 순차적으로 구경하는 것으로 투어가 끝나면 각자 자유롭게 건물 내부 및 외부를 구경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수상을 만날 수도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회의 내용을 전자 음성인식기를 사용해 기록하고 3시간 뒤에 국회 홈페이지에 회의록 전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방송되는 국회의원의 뇌물 비리를 보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 국회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경기도 의회부터라도 호주의 시스템을 도입해 의회를 관광명물로 만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