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은 타고 나는 건가요?” “저는 더 활달해지고 싶은데요, 성격이 바뀌기도 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던져본 적이 있는 질문이다. 대개는 이 질문에 대해 “타고 나는 특성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기도 한다”는 미적지근한 답변이 돌아온다. 소위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다.
심리학, 교육학, 아동학 등 인간의 발달과 교육을 중시하는 학문 분야에서 유전 대 환경, 혹은 본성 대 양육 논쟁은 오랜 시간 동안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에 다소 식상해질 법도 하건만 이제 그 논쟁은 심리학과 교육학이 아닌 생물학 쪽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불이 붙고 있다.
지금까지 유전 대 환경 논쟁은 그 어느 쪽의 영향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그 둘이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의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결론으로 끝나곤 하였다. 유전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암, 정신분열증 등의 각종 질병이 일란성 쌍생아의 양 쪽 모두에게 나타나는 비율이 결코 1.0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생명과학 분야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에 의해 작동을 하게 될 수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환경 요인이 유전자 스위치를 켜면 그 유전자 특성이 활성화하지만 환경 요인이 유전자 스위치를 끄면 유전자 특성이 내재해 있어도 표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동기에 경험하는 충분한 사랑과 안정감은 스트레스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서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발달시킨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또, 어릴 때 다양한 환경에서 즐거운 학습 경험을 하게 되면 기억과 학습을 촉진하는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면서 학습 능력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반면에 아동기 때 학대나 폭행 등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짐 상태로 유지되어 성인이 된 후 스트레스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우울증이나 적응 장애 증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어릴 때 자연스러운 학습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면 기억, 학습 등의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지 않기 때문에 인지 발달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초기 경험 또는 환경의 영향은 영유아기와 아동기는 물론이고 태아기 때에도 매우 결정적으로 작용하며 심지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환경의 영향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결정적이다.
태아기부터 시작되는 인생 초기의 경험이 유전자의 작동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발견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생명과학자들이 찾아낸 이 새로운 발견에서 우리의 보육정책, 아동 복지정책의 지향점을 찾아보려고 한다면 무리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아동발달 국가위원회는 실제로 ‘과학에 기반한 아동정책’이라는 보고서 등을 통해 건강한 미래 사회를 위해 영유아와 아동의 발달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집중 투자하고 임산부, 특히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예비 엄마들을 지원할 것을 제안하였다.
1960년대 미국 정부가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취약계층의 유아 조기교육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를 도입했듯이 취약계층의 영유아 발달을 전면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매우 필요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수당 지급 정책도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겠지만, 태어난 아기가 물리적,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해 보인다. 통섭의 시대에 생명과학이 일러준 보육정책의 지혜이다.
<경가연 손영숙 성평등교육부장 기고>





































































































































































































